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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전해주는 통번역으로 한국불교 세계화의 주춧돌 되리

 

▲ 입재식에서 교육생 선서를 하는 스님들의 표정에서는 한국불교 세계화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저희 제1기 불교전문영어통번역 교육생 전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자 21일간의 교육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당에 울려 퍼지는 21명 스님들의 선서에는 적당한 흥분과 긴장감이 묻어있다. 수행을 방해하는 모든 악마를 항복시키고 정각(正覺)을 성취한 부처님의 항마인(降魔印)처럼 오른손을 굳게 펴들고 목소리를 모으는 비구니스님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흘러나왔다. 어떤 어려움이라도 능히 극복하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전하는 최고의 불교전문 통번역가가 되어 전법의 선두에 서겠다는 스님들의 다짐에 무더위도 한 걸음 물러선듯하다.

8월10일 오후 2시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법당에서 열린 제1기 불교전문영어통번역 교육 입재식은 21명 사미니·비구니스님들의 열정과 이들을 향한 선배 비구니스님들의 뜨거운 격려가 어우러진 작은 용광로와 같았다.

전국비구니회, 8월10일 입재
21명 사미니·비구니 21일 합숙
통번역전문가 초빙 특강 진행
심리학·원어민회화 등도 병행
“국제화시대 대비한 비구니인재
한국불교 세계화 견인차 될 것”

불교전문영어통번역 교육은 전국비구니회(회장 육문 스님) 11대 집행부가 추진하는 올해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전국비구니회 문화부(부장 혜연 스님)의 제안에 따라 ‘국제적 소양을 갖추고 불교 전문 영어 통번역이 가능한 비구니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7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선발된 비구니 15명, 사미니 6명 등 총21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법계의 차이는 있지만 이날 자리를 함께한 21명의 교육생스님들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통번역전문가가 되겠다는 희망과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특히 교육생스님들을 향한 비구니스님들의 격려는 이러한 열정에 더욱 힘을 보탰다.

▲ 8월10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입재식.

입재식에 참석한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일진 스님은 치사에 앞서 “이번 교육은 우리나라 비구니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큰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말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모여 영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전국비구니회관 건립 이후 처음이며 새로운 교육의 모범을 보이는 전례가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한 후배스님들이야 말로 비구니, 나아가 한국불교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위한 언어인 만큼 단순한 영어 능력이나 표현 기술을 넘어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능력까지 갖춘 통번역 전문 비구니스님들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수경 스님도 후배스님들을 향한 아낌없는 격려로 이번 교육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수경 스님은 “아무리 좋은 사업을 기획해도 동참할 인재가 없거나 또 좋은 인재가 있다고 해도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구가 없다면 어떠한 성과 이루어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전국비구니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시의 적절했으며 준비돈 비구니 인재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수경 스님은 특히 “종단에서도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대비해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만큼 전국비구니회의 이번 기획은 비구니의 위상 제고와 함께 한국불교 세계화에 기여하는 비구니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종단 안팎의 기대를 전했다.

문화부장 혜연 스님은 이러한 격려와 당부에 대해 “언어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이 한국불교를 세계에 우뚝 세우는 견고한 기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혜연 스님은 “통번역을 전문으로 다루는 교육 과정은 여러 곳에 개설돼 있지만 불교라는 전문화된 분야에 대한 특화교육은 없었다”며 “지난 1월부터 이 사업을 기획하며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하고 신심으로 동참한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가 가능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전국비구니회가 국제와 시대에 필요한 인재불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운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한 혜연 스님은 “마지막까지 모든 교육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돼 비구니스님들, 나아가 종단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교육생스님들도 입재식 하루 전 전국비구니회관에 모여 21일간의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다졌다. 특히 스님들은 합숙생활로 진행되는 교육기간 동안 각자 맡을 소임을 정하는 등 이번 교육의 원만한 진행을 위한 준비를 빈틈없이 갖췄다. 교육생은 승가대학 학인 등 사미니스님을 비롯해 국제불교학교 졸업생, 승가대학 강사 등 다양한 법계와 경력을 가진 스님들로 구성됐다. 이 같은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인만큼 서로에 대한 존중과 화합이 교육과정동안 강조되는 또 하나의 청규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기간 동안 입승 소임을 맡은 교육생 태허 스님은 “입재식에 앞서 자리를 함께 한 스님들은 각자 자원해 소임을 맡으며 21일간의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화합을 제일 덕목으로 삼은 만큼 통번역 교육 못지않게 서로간의 유대와 교류를 넓혀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입재식 당일 오전부터 진행된 첫 수업.

불교전문 영어통번역 교육의 첫 번째 수업은 입재식 당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됐다. 통역특강을 진행한 불교전문 동시통역가 홍연주씨는 “첫 수업임에도 스님들의 참여도와 집중력이 매우 높았다”고 수업 분위기를 전하며 “스님들끼리 파트너를 정해 법사와 통역가의 역할을 체험해 봄으로써 설법자의 의도와 통역자의 이해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차이와 그 차이를 좁히는 방법을 직접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수업을 마친 교육생 본엄 스님은 “스님들의 말씀을 통역하거나 불교를 영어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잘하는 것과 불교의 가르침을 잘 전하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임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집착하기 보다는 화자와 청중의 소통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오늘 강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출가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의 소임이 막중하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만큼 큰스님들의 높은 가르침이 해외에 널리 전해져 한국불교가 서양불교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 위해 이번 교육과정에 동참했다.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21일간의 교육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통역의 기본 개념과 접근방식 등을 다룬 첫 수업부터 스님들이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교육과정의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번역특강을 진행하는 진우기 로터스 불교영어 연구원장은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교류가 가능한 만큼 화자와 청중·독자 간의 연결자로서 통번역가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달라이라마나 틱낫한 스님 등 여러 외국스님들의 법문 동영상을 다양하게 활용해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의 불교적 의미를 시의 적절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번 교육과정에는 특히 심리학강의가 개설돼 눈길을 끌었다. 서양문화의 특성상 불교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성향이 강한 만큼 심리학용어 못지않게 심리학적인 접근법에 대한 이해 또한 통번역에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기 때문이다. 수업은 고혜경 신체와꿈아카데미 원장이 진행한다. 이박에도 캐서린 동국대 교수와 에이미 골른 서경대 교수가 원어민 회화를 진행하며 줄리 쏘마르크 태솔(TESOL. 국제영어전문교사자격) 전문 강사가 영어발음 특강을 맡아 스님들의 영어발음을 섬세하게 교정한다. 이밖에도 이영희·이현숙·이재순 강사가 영문법을, 안지숙 강사가 불교용어를 지도한다.

 

이처럼 최고 수준의 강사진이 구성된 이유는 수강생 또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과정에 지원한 스님들 대부분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영어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교육생스님 중에는 토플만점자를 비롯해 테솔소지자, 미국·영국·스위스 유학출신 등도 포함돼 있다.

이번 교육과정에 참여한 봉녕사승가대학 강사 효석 스님도 샤카디타대회 등에서 이미 통역가로 활동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스님은 “동시통역 등에 관해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동영상강의 등이 많지만 스님들의 법문과 말씀을 전달하다 보면 단어나 영어회화 이상의 것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며 “단순한 기술을 넘어 종교적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게 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소양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8월31일까지 진행되는 교육기간 동안 스님들은 매일 오전 3시45분 기상해 새벽예불과 참선시간을 갖고 오전 9~11시, 오후 3~5시까지 수업에 참석한다. 오후 6시 저녁예불 후 주어지는 자유시간에는 매일의 과제를 소화해야 하는 빽빽한 교육 일정이다.

‘성공의 법칙’ 저자 맥스웰 몰츠는 “무엇이든 21일만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며 “21일은 우리의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여름 더위조차 잊고 불교전문통번역가로 거듭나기 위한 21일간의 담금질에 들어간 스님들. 벌써부터 21일 이후가 기대되는 이유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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