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에 집중하면서 몸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더운 여름밤에 TV 앞이 아닌 산사서 가족과 보낸 행복한 순간이었다.”
고요한 산사의 여름밤은 가족들이 모여 마음 속 보물을 찾는 여정이었다. 아빠엄마와 아이들은 명상으로 몸과 마음 들여다보거나 함께 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써내려가면서 속내를 교감했다. 그러자 깊어가는 여름밤 산사에서 가족들 웃음이 뛰노는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 강서구 개화산 자락에 위치한 약사사(주지 범해 스님)는 8월8~10일 경내에서 ‘불교명상을 통한 가족공감·소통캠프’를 열었다. 지난 6월 주지소임을 맡게 된 범해 스님이 부임 2개월만에 개최한 첫 가족캠프였다. 그럼에도 약사사 어린이법회와 자모회, 지역 주민 등 65명이 참가하는 등 이색적인 캠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힐링 교육·연수 전문기관
마인드케어 2박3일 진행
오감놀이, 호흡명상, 걷기명상, 영어명상 등 마인드케어가 준비한 놀이와 명상이 접목된 캠프는 아빠엄마 그리고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마지막 날인 8월10일, 대웅전 앞마당에는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먼저 가만히 서서 매미소리에 집중했다. ‘들림’이라 이름 붙이면서 사방팔방으로 날뛰는 마음을 붙들어 맸다.
산사에 부는 바람처럼 부드럽게 걸으며 걷기명상을 연습했다. 탑 주위를 돌며 발의 움직임에 주의했다. ‘들어’ ‘앞으로’ ‘놓음’ 등 세분화된 행위 자체에 이름을 붙이면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폈다. 캠프 3일째에 접어들자 아이들도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걷기명상에 임했다.
대지처럼 바르게 앉아 호흡명상도 했다. 달빛 아래 대웅전 앞 잔디에는 간이 모기장이 설치됐고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들어가 편안히 앉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웃음을 보였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숨 쉬는 배에 마음을 집중했고 아이들은 부모를, 부모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무한한 자애심을 보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명상이 끝나면 항상 합장 반배로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는 순간에도 ‘숙임, 숙임, 숙임…’ ‘세움, 세움, 세움…’ 되뇌며 알아차림을 놓지 않는 연습을 했다.
오감놀이는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열었다. 풍선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한 놀이는 단연 인기였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즈 명상노래 ‘breathing in breathing out’을 영어로 부르는 동안 곁들인 간단한 동작으로 심신을 이완하기도 했다.
수박 먹으며 소감문 작성
“여름밤, 가족과 행복했다”
캠프 마지막은 수박 파티였다. 시원한 수박을 조별로 둘러앉은 가족들이 함께 먹으며 서로에 대한 속내와 소원을 적어 탑 주변 오색실에 꿰었다. “엄마가 친절하고 많이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칭찬 많이 못해서 미안해.” “언니가 항상 기뻤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따라 떠났던 나흘 간의 마음여행은 서로에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범해 스님은 “한여름밤 열대야를 피해 부처님 도량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싶었다”며 “가족캠프가 작은 불연의 씨앗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부모와 아이들 눈높이에 고려해 맞춤형 명상캠프를 기획하겠다”고 약속했다.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