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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도세레머니…‘유명무실’ 체육인윤리강령

  • 교계
  • 입력 2016.08.12 22:26
  • 수정 2016.08.16 10:49
  • 댓글 33

리우올림픽 석현준 선수
골 넣고 무릎 꿇고 기도
경기 때마다 되풀이되는
기도세레머니 막기 위해
제재 규정 등 대책 시급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 특정종교를 드러내는 ‘기도세레머니’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대회 때마다 등장하는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는 스포츠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상대 선수와 국가, 관중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일부 선수들의 기도세레머니를 근절하기 위한 대한체육회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석현준 축구국가대표선수가 지난 8월5일 피지와의 조별예선에서 골을 넣은 뒤 경기장 내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기도세레머니를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방송화면캡쳐

지난 8월5일 석현준 올림픽 축구국가대표 선수는 피지와의 조별예선에서 골을 넣은 뒤 경기장 내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기도세레머니를 진행했다. 그는 또 3일 뒤 열린 독일과의 조별예선에서도 골을 넣은 뒤 함께 환호하는 동료선수들을 뿌리치고 경기장 내에서 같은 방식으로 기도세레머니를 가졌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원장 박광서, 종자연)은 8월8일 즉각 성명을 내고 “올림픽은 개인종교를 드러내는 곳이 아니다”며 석현준 선수의 기도세레머니를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종자연은 “기도세레머니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는 물론,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의 정서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공공화합의 장인 올림픽을 개인의 종교선전의 장으로 왜곡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도세레머니의 역사=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마다 메달을 따거나 골을 넣는 장면에서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도세레머니는 1975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컵 축구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이영무 선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승골을 넣자마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진행해 기도세레머니의 원조로 불렸다. 이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첫 골을 안긴 박창선 선수가 기도세레머니를 했고, 이후에도 이영표, 송종국, 이천수, 최태욱, 박주영, 이근호, 기성용, 김신욱 선수 등이 기도세레머니의 계보를 이었다.

축구국가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도세레머니는 2000년대 들어 ‘스포츠 선교효과’를 노린 기독교계의 조직적인 선교전략과 맞물려 다양한 종목으로 확산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여자역도의 장미란, 유도 이원희, 태권도 문대성 선수 등이 기도세레머니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태권도 결승전에서 강력한 ‘돌려차기’ 기술로 상대선수를 쓰러뜨린 문대성 선수는 기도세레머니를 하느라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대선수를 위문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더라도 경기 이후에는 패배한 동료선수를 위로하고 다친 선수를 살펴보는 것이 ‘스포츠맨십’의 기본이지만 그는 기도가 우선인 것처럼 비춰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유도 최민호, 역도 장미란, 태권도 황경선 선수 등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유도 김재범, 축구 박주영 선수 등이 기도세레머니로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선수들로 꼽혔다.

◇있으나마나 체육인윤리규정=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경기에서 되풀이되는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는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기도세레머니에 이어 “메달획득은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하나님의 은혜를 갚겠다”는 등의 수상소감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때문에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시민단체 등은 “경기장이 선교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대한체육회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사회적 공분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종교영역은 체육인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나마 대한체육회가 2005년 ‘체육인윤리강령’을 제정해 “우리 체육인은 정치, 종교, 사상, 자본 등 외부세력으로부터 스포츠의 독자성과 순수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를 강제할 세부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처음부터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도세레머니 왜 문제인가=기도세레머니 논란과 관련해 기독교계에서는 “개인의 신앙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인종, 종교, 정치 등을 넘어 평화와 화합, 순수성으로 심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은 운동선수뿐 아니라 세계인이 스포츠를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또 경기에 참여한 국가대표선수는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고, 성적에 따라 병역특례나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공인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행위를 개인적인 영역으로만 국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올림픽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 등이 참가 선수들에게 특정 종교나 정치적 이념을 표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제프 블래터 전 국제축구연맹 회장은 지난 2010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각국 선수들에게 “특정 종교나 이념의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대한민국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로 대한민국 스포츠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기도세레머니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광서 종자연 원장은 “기도세레머니는 유독 한국선수들에게서 두드러지는 병폐로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지도부가 선수들이 종교행위를 삼가도록 철저히 지도, 감독해야 한다”며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매너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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