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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보다 주말, 백중의 변화

음력 7월15일 백중은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베푼 공덕으로 먼저 생을 다한 분들이 좋은 인연을 지어 새롭게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제자 중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수행자들에게 오미백과를 공양했다는 ‘목련경’의 내용에 따라 법회를 열어 공양 올리는 전통이 자리 잡았다. 법륜 스님도 저서 ‘날마다 새날’에서 “부모는 나의 모체이고 나를 이루는 근원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부모가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내 속에 살아있는 부모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곧 나를 치유하는 것이다. 가난한 자를 위해 베풀고, 지은 죄를 참회하고, 부처님의 법문을 들어서 법을 깨치는 것이 백중재에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백중의 의미를 종합해보면 안거 기간 동안 정진에 열정을 바친 수행자들에 대한 공양, 망자에 대한 추모 그리고 지금 이 생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참회와 발원이 함께 담긴다. 이 같은 백중은 전국 대부분의 사찰에서 백중일 49일 전부터 백중까지 7일마다 ‘널리 베푼다’는 의미의 재(齋)를 지내는 것이 통례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이 법석은 불가를 대표하는 행사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전통인 것이다.

그런데 축제나 다름없어야 할 백중기도의 동참률이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부모 또는 가족 중 돌아가신 분의 위패를 올려놓고도 법회 한 번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찰에서 백중일인 음력 7월15일에 맞춰 법회를 진행하기에 직장인이나 자녀를 둔 세대의 경우 평일 오전에는 시간을 내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중에는 세연을 다한 부모님의 위패를 모시거나 유산 등 이유로 안타깝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아기 위패를 올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아들, 딸의 기도를 노모가 대신하게 되는, 기도 동참자 명단은 있는데 정작 기도하는 사람이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상당수의 사찰에서 겪고 있는 고충이기도 하다.

하지만 빈자리가 늘어나는 백중을 오히려 가족법회의 현장으로 바꾸는 도량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백중일을 토요일 또는 일요일로 옮긴 사찰의 경우가 그렇다. 경남 창녕 화왕산 자락에 소재한 관룡사는 백중 기도를 매주 일요일마다 지냈다. 부산 홍법사는 직장인을 위한 저녁 백중기도를 마련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아예 일요일로 옮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산 동구지역 도심포교당 여래사도 수요일과 일요일을 번갈아가며 백중 49재를 봉행, 평일과 일요일에 각각 사찰을 찾을 수 있는 불자들을 모두 배려했다. 이처럼 백중일을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옮겼을 때 변화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각 사찰의 설명이다.

▲ 주영미 기자
가장 큰 장점은 가족 단위의 동참자가 늘어난 점이다. 주말과 휴가를 맞아 법회까지 동참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기도는 기본이다. 법당의 한쪽 벽면에 적힌 부모의 이름도 찾아보고, 목탁소리도 듣고, 비빔밥도 먹으며 한나절을 보내는 자체가 힐링이 된다.

음력에 집착하지 않고 백중의 뜻과 의미를 살릴 수만 있다면 좀 더 많은 불자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변화가 필요하다. 신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배려한 변화는 가족을 사찰로 이끄는 묘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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