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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듣는 것이 곧 수행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8.16 11:10
  • 수정 2016.08.16 11:11
  • 댓글 0

부처님의 하루 일과를 보면, 오전에 탁발에서 돌아온 뒤 대중 스님들에게 법문을 설하셨다. 그리고 삼매에 들어 스님들이나 신도님들, 뭇 삶들의 괴로움이 있는지를 살피고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일반 재가신도님들의 방문을 받고 신도님들께 법문을 설해주셨다. 저녁때에는 스님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의 공부를 점검해 주셨다. 그리고 한밤중에는 천신들이나 악마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위한 법문을 설하셨다고 한다.

스승에게서 법문 듣는 것은
부처님 때부터 이어진 전통
법 가까이하고 법문 듣는게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

중국 초기 선불교 스승들의 일과를 보더라도, 한 절의 스승이 되는 스님은 몇 백명 정도의 수좌스님들을 제접하면서 매일 제자들을 입실 지도한 것을 볼 수 있다. 마조는 입실 제자만 139명에 이를 정도였다거나, 또 어떤 스님은 매일 하루에 100여명의 스님들을 입실케 하여 지도했다고도 한다. 또한 조참, 마참, 소참법회라고 하여 매일 같이 수시로 크고 작은 다양한 법회가 있어서 제자들은 스님께 매일 법문을 듣고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와 선불교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선종 초기 시대, 즉 육조혜능으로부터 마조도일, 백장, 황벽, 임제, 조주 등의 시대를 보면, 언제나 법회가 매일 매일 활발하게 열렸던 것을 알 수 있다. 불법이 가장 활활발발하게 살아났던 때가 바로 이 두 시대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법회에 참석하고 법문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초기 불교 경전을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행을 시키고 그러는 내용 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법을 설해주는 법회의 내용이 주로 등장을 한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법문도 있고, 특정한 제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회도 있고, 공양 이후에 행하는 법회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마찬가지로 초기 선불교 시대에도 끊임없이 스승과 제자는 1:1로 입실 지도하여 만나거나, 일상생활 중에 툭툭 건네는 법거량으로 이끌거나, 소참법회 등으로 법을 설하는 것이 일상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불법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는 이처럼 법문이고, 설법을 듣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에도 ‘자등명 법등명하라’고 하신 것을 보더라도, 자기 자신을 법의 등불로 삼고, 부처님 법, 법문을 법의 등불로 삼으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법문을 듣는 것이야말로 불법을 공부하는 수행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다. 사실은 수행법을 익히고, 수행법을 갈고 닦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법을 가까이 하고, 법문을 듣는 것이야말로 불교의 가장 중요한 공부 방법인 것이다. 선사 어록을 한번 살펴보라. 좌선하다가 깨달았다거나, 수행 중에 혹은 좌선 중에 견성했다는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주로 법문을 듣다가 깨닫거나, 평범한 일상사에서 깨닫곤 한다.

우리는 ‘수행을 해야만 깨닫는다’라는 것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법문을 듣고 깨닫는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처님 당시와 육조 혜능 스님 당시를 보라. 법문이야말로 가장 일상적인 깨달음으로 이끄는 방법이었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매일 매일 법문을 듣는 것을 수행으로 삼으라. 요즘은 불교방송, 인터넷, 유튜브, 신문 등을 보면 얼마나 많은 법문을 접할 수 있는가? 옛날처럼 경전 말씀 하나 구하려고 삼장법사가 고난의 행군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법을 들을 수 있다.

법문을 듣고 깨닫는 것이 바로 불법 공부의 핵심이다. 물론 훌륭한 선지식의 법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훌륭한 선지식의 법문을 듣게 되면 저절로 법의 바다에 푹 빠져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승의 마음과 내 마음이 공명하면서 스승이 확인한 법을 나 또한 확인하는 날이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심전심이다. 이처럼 참된 불법 공부는 참된 선지식을 가까이하며 선지식의 법문에 귀를 기울이고 그 법에 젖어드는 것이다.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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