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승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무용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무용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다. ‘민속무용으로서 승무’가 이와 같은 평가를 받아온 것과 달리, ‘불교의식 무용으로서의 승무’는 민간 중심으로 전승이 이뤄졌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승무의 춤사위를 사념처(四念處) 수행의 측면에서 고찰해 명상수행 춤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려는 색다른 시도가 진행돼 주목된다.
‘불교명상으로 본 승무’ 논문
호흡과정 등 세밀하게 분석해
‘수행의 춤’으로서 의미 도출
“예술을 통한 해탈이며 수행”
김수영 우봉이매방춤보존회 총무와 김운미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는 ‘우리춤과 과학기술’ 제32집에 ‘불교적 명상으로 본 승무-사념처 수행을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김수영 총무와 김운미 교수는 이 논문에서 승무의 춤사위를 사념처의 신(身)·수(受)·심(心)·법(法)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한 뒤, 승무가 지니고 있는 ‘수행의 춤’으로서의 의미를 도출해내고 있다. 아울러 전통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승무는 그 호흡과 움직임에 있어 ‘정중동’의 함축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맺고 푸는’ 춤사위가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돼 몸 밖으로 발산되는 짜임새 있는 춤”이라며 “사념처 중 첫 번째인 신념처는 몸에 대한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 호흡에 대한 관찰은 특히 승무와 같은 고난이도 춤을 추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무의 ‘맺고 푸는’ 호흡법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명상과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수념처에서 걷기·움직임을 통한 마음챙김이 승무의 각 춤사위에서 요구되는 정신집중과 일치되고 있음을 밝혔다. 저자는 “승무의 엎드림 사위, 모듬 사위, 학체 사위, 까치걸음 사위, 연풍대 사위, 뿌림 사위의 동작을 수행할 때는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걷기명상에서의 마음챙김과 같은 수행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연풍대 사위는 큰 원을 그려 마치 회전하는 듯한 춤사위인데, 원은 마음속의 이미지이면서 실제로 그려지는 일종의 상징적 표현이기에 마음챙김을 하며 풀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승무의 춤사위는 심념처 측면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저자는 “승무에서의 한(恨)은 단순히 슬픔에 머무름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환희로 승화시키려는 수행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승무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높은 차원에서 극복하고 분망(奔忙)스러운 인간의 자유의지를 우주공간에 승화시킨 이지적인 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삼의 움직임으로 긴장함을 허공에 뿌리다 연풍대로 돌아 합장으로 회귀하는 한에 어린 표현 속에 비움의 철학이 엿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적인 본질을 마음챙김에 의해 비움과 회향의 상태로 승화한다는 점에서 수행의 춤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법념처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감정과 고뇌를 알아차림으로써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내용의 승무가 추구하는 정신적인 면과 일맥상통한다”며 “초월적인 삶을 추구하는 승무는 춤사위의 동작과 마음을 법념처로 인식하면서 인간의 번뇌와 감정을 승화시킨 수행의 춤”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념처 측면에서 승무를 분석해 보면 그 과정과 춤사위가 불교의 해탈관에 근거하고 있고, 때문에 승무는 “예술을 통한 해탈이며 정화이며 수행”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사람들은 5000년 전부터 명상을 통해 심신을 단련했고, 마음을 챙김으로써 존재에 대해 올바로 자각할 수 있었다”며 “사념처 수행의 통찰명상이 담긴 승무를 수행의 춤으로 대중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념처 수행이 승무 외의 전통춤을 연마하는 데 있어 방편으로 모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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