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 중흥과 재가불자 역할

기자명 화령 정사

하버드대 출신으로 유명세를 타던 현각 스님의 조계종단에 대한 비판과 거기에 대한 반박으로 잠시 떠들썩하더니 그것조차도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는지 더 이상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한국불교가 그만큼 세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자기들끼리의 일이 되어버렸나 싶어 개운치가 않다. 하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해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니 이쯤에서 마무리된 것도 불교계로서는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우리 한국불교가 어떻게 해야 새로운 동력을 얻고 과거의 번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과연 출가승들에게만 이 일을 맡겨야 할까?

깨달은 사람에게 진속의 구별은 없다. 어느 곳, 어느 때에도 그 깨달음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단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러 길이 있다. 불교의 장점은 그 길을 한 가지만 있다고 단정 짓지 않는다. 출가와 재가도 그러한 선택의 하나일 뿐이다. 출가든 재가든 깨달음이라는 목적은 하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는 개인의 노력이 더 크게 작용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출가하게 되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확실히 재가자로 생활하는 것보다는 유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환경은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출가생활에서 일어나는 번뇌가 재가생활이나 별 차이가 없게 되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출가승들의 집단은 단지 전통사찰을 지키고 전통의식을 보존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게 되었다. 또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사람들이 승단을 뭔가 낙후되고 염세적이며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비리집단으로까지 매도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불교가 다시 살아나려면 재가불자들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재가불자는 보시로써 공덕을 쌓고 출가 승려가 집전하는 의식에 참여해 대신 복을 빌어주기를 바라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으므로 재가불자의 이러한 의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그것을 실천하면 된다. 불교의 경전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으며 출가승에게 의지하지 않더라도 불교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재가불자들이 각성을 하고 스스로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불교는 살아있는 불교가 된다.

출가승에게 의지하여 깨달음과 그다지 관련되지 않은 전통의식만을 답습하고 있는 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실천되기 어렵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상생활 가운데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져야 한다. 만약 출가승만이 깨달음의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세속을 벗어난 가운데에서만 실천되는 것이 불교라면 그것은 우리 인류에게 그다지 소용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최첨단 정보화시대라는 새로운 시기를 맞이해 부처님의 말씀과 진의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근기와 상황에 적합한 방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승원의 전통 속에서 안주하며 일반 대중과 격리되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교는 이제 버려야 한다.

이제 구태를 벗고 불교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일상생활 가운데 지혜를 일깨워 우리의 몸과 입과 마음을 부처님의 그것과 닮게 하고 자비로써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불교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불교를 생활화하는 것이며 생활을 불교화하며 살아가는 재가불자들의 몫이다. 재가자들은 일상생활상에서의 실천을 통해 출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극락정토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는 데는 재가와 출가의 구분이 없다고 하셨다. 재가불자들이 하루 빨리 열등의식과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출가와 재가에 구애되지 않는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의 대열에 동참할 때 한국불교는 다시 한 번 긴 잠에서 깨어나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령 정사 총지종 교육원장·철학박사 padmalee@hanmail.net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