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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불자간 법명 불러주기

불보살 명호·불교교리 익히는 효과적 방편

 
“법명(法名)으로 써주세요. 이름은 안 써도 괜찮아요.”

법명은 대승불교 전통
‘불자’ 드러내는 기본
부부간에 법명 부르면
부드러운 대화 가능

취재를 하며 불자들을 인터뷰 할 때 종종 듣게 되는 표현이다. 물론 개인의 이름이 지면에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법명으로 불리길 원하는 불제자의 자긍심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법명을 요청하는 불자들은 신문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스님과 도반, 가족들에게도 법명으로 불리길 원한다.

재가불자들에게 법명을 부여하는 전통은 대승불교권에서 시작됐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 불교계는 오계를 수지한 불자들에게 법명을 부여하는 전통이 확립, 전승되고 있다”며 “‘법화경’의 영향을 받아 부처님의 수기성불, 즉 자신이 불국토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에서 불명을 부여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이어 “법명(法名), 불명(佛名), 계명(戒名)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재가불자들에게는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사람마다 별호를 갖는 전통이 있었던 만큼 법명도 별호처럼 자신의 이름을 보완해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명은 수계법회를 갖는 도량이라면 어디에서든 받을 수 있다. 수계법회에서는 오계를 수지한 모두에게 ‘불자로 다시 태어난다’라는 의미가 담긴 법명이 부여된다. 특히 법명은 사주팔자에 의한 방식이 아니라 경전, 선어록의 구절이나 역대 고승 또는 이름 높은 불자의 법명에서 착안한다. 일본에서는 ‘계명사전’이 활용되기도 하며 한국에서는 지난해 서울 봉은사와 조계종 포교원의 협력으로 ‘법명해설사전(조계종출판사)’이 발간되기도 했다. 법명을 짓는 한국 불교계 전통에 따라 한국티베트센터 광성사도 계를 받는 불자들에게 티베트 방식으로 법명을 지어준다. 테라와다불교권의 의례와 수행을 실천하는 한국의 위빠사나 수행센터에서는 팔리어 법명을 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법명을 받고도 이를 자주 부르지 않아 스스로 잊어버리는 불자들도 많다. 본명에 익숙해 진 불자들 사이에서 다시 법명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움으로 작용된 탓이다. 군대에서 법명을 받은 군인들이 정작 제대할 때가 되면 훈련소에서 받은 법명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같은 예이다. 이에 법명은 지어 준 스님에게 재차 법명에 담긴 의미를 묻거나 스스로 공부의 과정을 거쳐 법명을 새기고 남자들은 ‘거사’, 여자들은 ‘보살’ 그리고 청년들은 ‘법우’라는 호칭을 뒤에 붙여 서로가 서로에게 불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스님과 계율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산 대광명사에 다니는 고명 김철호 거사와 진여장 김지은 보살은 부부사이에도 법명을 부른다. 진여장 보살은 “사실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은 잘 쓰지 않게 된다. 그런데 서로 법명을 부르기로 약속하고 핸드폰의 이름도 법명으로 저장한 이후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 대화를 할 때마다 호칭을 더 자주 쓰게 됐다. 무엇보다 법명으로 호칭을 하면서 자칫 가족 간에 오가기 쉬운 다소 거친 표현들은 현격히 줄어들었고 긍정적 표현들은 훨씬 늘어나게 됐다”며 “아들과 딸에게도 법명을 부르면서 불자 가족이라는 자긍심을 늘 새기며 생활하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문수보살 게송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이라는 표현이 있다. 법명이야 말로 부드러운 말을 시작하게 해주는 주문 같은 표현이다. 법명을 통해 불보살의 명호를 많이 부르면 부를수록, 경전을 구절을 자주 새기면 새길수록 불국토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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