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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Now & Here 그리고 현각 스님

기자명 성원 스님

“지금 여기, 슬플때 슬퍼하고 기쁠때 기뻐하세요”

▲ 일러스트=강병호

여름이 한창입니다. 어는 봄에 봄꽃에 관한 글을 보고서야 봄이 한창인 것을 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는 이렇게 계절의 흐름도 인지하지 못하며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은 늘 우리들을 감성의 아름다움에 젖어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은사 스님의 입적으로 인해 일상이 조금 바쁜 것은 사실입니다.

현각 스님, 여름 더 무덥게 해
자신은 참으로 아팠을까 궁금
우리 종단에 대한 애정은 믿어
아팠다면 모두와 함께 했어야

하지만 계절을 잊어버린 것은 결국 나 스스로의 삶의 모습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침이면 아침을 느끼고, 여름이면 여름을 즐기고, 청춘의 나날에서는 젊은 활기로 가득 찬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멋진 인생인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나는 어떠한 시간을 인식하며 살고 있는가?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일 같습니다.

‘Now & Here!’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이 자신의 내면적 자아와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삶의 가치라고 많은 선지식들은 일깨워주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를 방황하면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잃어버린 듯 살고 있을까요? 바쁜 일상에 항상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살피는 질문입니다.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고, 스스로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잘 조절하여 엉클어지지 않도록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함께 늘 공유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감성은 너무나 주관적이라서 함께 공유하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너무나도 슬픔에 젖은 사람 곁에서 “저 사람이 왜 저토록 슬퍼하는지 정말 의아하다”라고 쉽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뒤에서 “저 사람의 눈물은 순 가짜야”라고 단언적으로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감정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아닐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의 견해도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가 함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시대의 모습이 더 마음 아픕니다.

추상적 가치에 감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도반인 것 같습니다. 함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먼저 우리들은 자신의 감정들을 내려놓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가득한 자신의 감정 창고에 타인과 공유 할 감정을 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같은 사람들, 공부를 함께 한 동기동창들, 지역을 함께 한 고향사람들, 자신도 모르게 피를 공유한 일가친지들, 모두 아름다운 관계일 수는 있겠지만 의식과 감정을 같이 느끼는 도반애에는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여름입니다. 함께 여름을 이야기하고, 여름의 삶을 이야기하고, 여름의 추억을 함께 할 사람을 찾아 아픔으로 물들여진 이번 여름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내게 가득한 나 자신의 감정과 지식과 견해들을 이 여름에 더 비우고 싶습니다.

타인이 다가 오지 못한 것은 결국 상대를 받아들일 여유 공간이 나 자신에게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께 슬퍼하면서 안타까워하면서 그 감정의 깊이의 미세한 차이를 두고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 아팠습니다. 아플 때 같이 아파하다보면 기쁠 때 함께 그 기쁨을 두 배로 키워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함께 아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함께 아파하지 못하는 메마른 나의 이성에 오싹하기까지 합니다. 세월호를 비롯한 우리 주변에 수많은 갈등과 반목 앞에서 감정적 이해를 위해 노력하며 아픈 이들과 그 아픔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여름 열대야의 힘겨운 밤 이야기를 공유 하듯이 말입니다.

현각 스님의 글이 여름을 더욱 무덥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더 허전했습니다. 공감하면서도 반감하는 감정의 엉클어짐을 보았습니다.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현각 스님은 참으로 아팠을까? 인식의 아픔은 지혜로는 느끼지 못합니다. 아무리 총명하고 지식이 많다고 해도 인식으로 인한 가슴 아픔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현각 스님께서 오랜 세월 우리 불교와 함께 하면서, 우리 종단의 일원으로 함께 하면서 애정의 눈빛을 가지고 아파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진정 애정의 마음으로 아파했다면 나도 잘 알고 지낸 스님의 결별이라는 현실 앞에서 함께 아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가 떠난다는 사실에 아파하는 동시에, 스님께서 아파했던 작금의 우리 모습에 대해 어쩌면 그보다 더 아파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현각 스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스님! 마음 아프십니까? 스님께서 아파하신다면 우리 모두 손에 손잡고 그 아픔이 스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할 아픔으로 승화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애정이 가득해 아파하는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라는 집단은 아름다운 세상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글에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한편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은 우리들에게 비친 스님의 모습이 아직까지 ‘우리’라는 이 나라의 복수어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현각 스님을 이방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스님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며 우리들이 함께 아픔을 치유하도록 지혜를 모으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스님의 지적이 어찌 우리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만은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애정을 가득 담아 던진 한 지성인의 소리에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아파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힘겨운 여름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야간에도 개장하는 협재해수욕장에 갔습니다. 비양도의 풍경을 뒤로한 채 저물어가는 한여름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시원한 바닷물에 온몸을 담그니 더위도 우리들을 찾아내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파라다이스, 실낙원, 무릉도원, 극락세계, 연화장세계 그 어떤 언어로 그려진 세계도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마저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이 다가기 전에 아름다운 제주를 한번 다녀가시지 않겠어요? 얼굴도 한번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얼마간 허전함이 늘 담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여름을 전하고 싶었는데 오늘도 삶의 이야기만 가득 쏟았네요. 다음에는 제주를 그려드리고 싶습니다.

여름보다 아름다운 나날 되시기를….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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