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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김미향 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 54·광명심
어디부터였을까.

정확히 돌이켜보자면, 언제부터였는지가 맞다. 누구에게나 시작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가 기억이 난다. 기억에는 소리 흐르고 냄새가 묻어난다.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책을 읽었다. 독서라기보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소리 내서 읽었다.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지만 나름 어떤 리듬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천수경’ ‘반야심경’ ‘금강경’을 독경했다. 그리고 집에선 항상 향 내음이 났다.

자식 잃은 엄마의 기도
심정 헤아리지 못했지만
독경·향내음 기억에 남아
불연 맺고 다라니 시작

그땐 참 어렸다. 엄마가 절에 발걸음하기 시작할 무렵은 사랑하는 자식이 떠나버린 후였다. 초등학교 시절, 10살 넘게 차이 나던 친언니를 멀리 보내야만 했다. 집을 떠나 객지 생활 중이던 언니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하루 밤 사이 돌연 세연을 다한 것이다. 어린 탓에 엄마의 심정도 불경 읽는 소리도 몰랐다. 엄마 육성이 들리고 향 내음 나는 기억은 그리움이라는 추억이 됐다. 냄새가 좋았고 편안했다는 느낌도 추억을 감싸고 있다.

무심한 세월을 뒤로 하니 어른이 됐다. 내게도 삶의 힘든 시간이 다가왔다. 그래도 어머니처럼 부처님에 의지하지 않았다. 종교가 생각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그저 버티고 이 악물고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3년 전, 숨 쉬기가 힘들만큼 어려운 시간들이 다가왔다. 무언가가 절실해졌다. 종교가 생각났다. 솔직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불경 독경소리가 다시 들렸고 그윽한 향 내음이 코끝에 닿았다. 절실함과 간절함은 뇌리에 박혀있던 어릴 적 ‘엄마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그 순간 망설임 없이 불교를 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우매하게 불교를 믿고 싶지 않았다. 무엇인가 조금씩 알아가면서 부처님을 만나고 싶었다. 불교대학부터 등록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기초교리를 공부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 ‘반야심경’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몸은 색즉시공이니 공이고, 모든 행위의 주체는 마음이니 마음가는대로 하고, 바라지 말아야 서운한 마음이 없어진다네.”

이렇게 설명해주는 도반의 말이 더 쉽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면서 공부해나갔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지도법사와 도반들 힘 덕분에 이해하기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불교대학을 마치고 불교의례에도 익숙해져갔다. 몸과 마음에 ‘불자’라는 맑은 물이 물들어 가던 차였다. 다니던 불교대학에서 지난 1월 첫째 주 화요일부터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수행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천수경’에 나오는 긴 주문이다. 관세음보살과 삼보에 귀의한 뒤 악업을 그치고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등 삼독심을 소멸해 깨달음을 이루게 해 줄 것을 기원하는 염원이다.

이 수행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의미도 모르고 “참 좋은 기도수행이다” “원을 발하면 이루게 해주는 기도다” 등 주면 사람들의 많은 얘기를 먼저 들었다. 그래서 ‘하면 반드시 좋으리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수행을 시작했다.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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