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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민들의 애환·희망을 말하다

  • 교계
  • 입력 2016.08.18 21:18
  • 수정 2016.08.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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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송광사, ‘나비채’ 행사
8월14일, 베트남 법회 봉행
전국 각지서 300여명 참석
세족식 등으로 눈시울 붉혀

완주 송광사는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의 일환으로 8월14일 베트남 이주 불교인 초청 법회를 봉행했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방인으로서 겪어왔던 애환을 풀어냈다. 머나먼 고국과 두고 온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타향살이의 시름만큼 깊었지만, 때로는 눈물을 떨구며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 마음 서로 보듬어 안았다. 이주민이기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을 치유할 수 있었던 8월14일, 완주 송광사(주지 법진 스님)에서의 하루는 그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됐다.

베트남 이주민과 가족 300여명이 송광사를 찾은 것은 칠석을 맞아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송광사는 견우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사랑을 나누듯, 나비채라는 사랑의 다리를 건너 모두가 평화의 길을 걷자는 바람을 담아 8월9~14일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를 기획했다. 가진 것을 ‘나누고’, 탐진치 삼독을 ‘비우고’, 변함없는 진리를 ‘채우는’ 나비채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는 의미다.

딸이 발을 씻겨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8월14일 열린 ‘베트남 이주 불교인 초청 법회’는 무엇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베트남 이주민과 가족 300여명이 베트남식 법회를 가졌으며 송광사 신도와 관광객 등 500여명에게 정성껏 만든 베트남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우란분절을 맞아 부모님을 위한 효도법회를 봉행했다. 베트남 효도법회는 한국의 어버이날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란분절에 부처님께 연꽃을 공양하고 사람들에게는 장미를 달아주는 전통이다. 베트남에서 장미는 부모의 사랑을 되새겨주는 ‘효심의 꽃’으로 통한다. 빨간 장미는 양친이 살아계신 사람에게, 흰 장미는 부모 가운데 한 분이라도 돌아가신 사람에게 달아준다.

▲ 완주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에게 연꽃을 달아주고 있다.
이날 법회 참가자들은 부처님께 연꽃을 올린 뒤 서로에게 빨갛고 하얀 장미를 건넸다. 빨간 장미를 가슴에 붙인 사람들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고, 하얀 장미를 단 이들은 지난날 부모님께 잘못했던 것들을 참회했다. 특히 장미꽃을 다는 동안 울산에서 온 베트남 이주여성 박윤아씨가 베트남 노래 ‘하얀색 장미 꽂아진’을 애달픈 목소리로 부르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부모님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이 진행됐다.

▲ 편지 낭독이 시작되자 송광사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세족식이 끝난 뒤 베트남 노동자 탄투 씨와 이주여성 디우 뚜안 씨가 어머니께 쓴 편지를 낭독하자 송광사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디우 뚜안 씨는 “5년 동안 고향집에 가지 못했는데, 지금 어머니의 음식이 무척이나 먹고 싶다”며 낭독을 시작했다. 그는 “왜 막내딸을 멀리 시집보내야 했는지, 처음에는 무척이나 원망도 했다”며 “언제나 따뜻했던 부모님 품속이 여전히 그립지만, 오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것을 이야기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될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집에 자주 가지 못해도 걱정하지 말고 항상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은 “나 역시 외국에서 11년 동안 생활했었는데 그때 느꼈던 허전함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이주민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이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함께 기도하며 선법의 생활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8월13일에는 송광사 특별무대에서 화합의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법회에 앞서 8월13일에는 송광사 특별무대에서 화합의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조계종 원로의원 지성, 금산사·송광사 회주 도영, 수원 팔달사 주지 혜광, 동화사 회주 자광 스님을 비롯해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김광수·안호영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지역민과 이주민의 쌍지모(쌍가락지모임) 결연식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법진 스님은 베트남 이주민 5명과 송광사 신도 5명의 결연을 주선하고 은으로 만든 염주를 손목에 채워줬다.

▲ 법진 스님은 베트남 이주민 5명과 송광사 신도 5명의 결연을 주선하고 은으로 만든 염주를 손목에 채워줬다.
결연가족 한광수 송광사 신도회장과 베트남 출신 여운희씨는 “해마다 한 나라를 선정하여 그 나라에 대해 깊이 알고 소통하고 연대하며 어려운 환경의 이주민과 결연을 맺어 보다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쌍지모 결연자로서 복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쌍지모 헌장을 선포했다.

결연가족 양정순 완주떡메마을 원장은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님’에서 쌍가락지를 나누는 것에 착안한 모임으로,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멘토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결연을 맺은 웬티쭈엔 씨는 남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7살 아이의 양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라 주기적으로 만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결연이 아닌 서로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나비채 정신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풍선이 날아오르자 박수를 치고 있는 참석자들.
한편 송광사는 한 나라를 선정, 해당 나라의 이주민들과 함께하는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를 매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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