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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탄자니아 학교 성공 관건은 ‘재정자립’

  • 교계
  • 입력 2016.08.22 12:39
  • 수정 2016.08.22 12:56
  • 댓글 2

아프리카 기술학교 9월 개원
3년간 불자들 50억원 후원
선진 농업기술 등 집중 교육
가난 벗어날 계기 마련 기대
매년 3억원 이상 소요 추정
장기적 운영계획 마련 시급

▲ 올해 9월 개교 예정인 아프리카 탄자이나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 전경.
조계종이 극빈국 아프리카 탄자니아 지원을 위해 건립한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가 오는 9월5일 문을 연다.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는 조계종이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진행한 아프리카 구호사업으로 3년간의 노력 끝에 이룩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학생 전원이 숙식이 가능한 현대식 시설에다 선진 농업기술교육시스템을 갖춘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는 탄자니아가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이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에 대한 장기적인 운영계획이 없을뿐더러 매년 막대하게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운영비 등을 충당할 계획이 미진해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가 재정자립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정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총무원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전임 집행부 사업에 대한 관심을 축소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 당장 내년 10월, 34대 총무원 집행부가 퇴임한 이후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자칫 종단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는 조계종이 국민 80% 이상이 농업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탄자니아 특성을 살려 농업기술을 교육하고 원예기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 아프리카의 빈곤 고리를 끊을 자립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또 불교 불모지 아프리카에 교육 시설을 건립함으로써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지난 2013년 탄자니아 농업기술학교 건립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불자들의 성금을 모연했다. 또 학교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선서화전 등 모금 캠페인을 전개해 전국사찰과 신도, 정재계 인사 등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아름다운동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연된 기금은 총 50여억원이다. 이 돈은 전액 학교 건립비용으로 투입됐다.

2013년 9월 착공돼 오는 9월 준공될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는 연면적 10만 9824㎡(약 33만평)에 학사 3동과 도서관, 강당 등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여기에 총 120명의 학생 전원이 숙식할 수 있는 기숙시설과 선진 농업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습장도 건립됐다. 조계종은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농업기술자격 취득 등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직원 인건비와 장학금을 비롯해 기숙시설 등 학교 운영에 필요한 운영비를 충당하는 계획이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다. 아름다운동행에 따르면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3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돈은 인건비, 시설관리비 등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한 최소 경비일 뿐 제반시설 확충 및 하자보수 등 예상치 못한 추가경비가 발생할 경우 운영비는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름다운동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농업기술학교에서 생산한 농축산품 판매를 통한 이익금으로 재정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그러나 재정 자립이 미약한 초창기에는 당분간 종단차원의 도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아름다운동행은 기부금과 CMS를 확대하고, 사찰과 학생 간의 일대일 결연사업 등도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민간단체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침체된 경제상황 속에서 학교 운영비를 후원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한국국제협력단 민간단체 지원 사업의 경우도 신청공고 이후 심사, 지원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예상되고, 사업비 집행도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 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해외구호단체들도 적지 않아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 사업이 채택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어 운영비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해외구호단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럴 경우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는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가 지난 2008년 준공됐다가 수년 동안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스리랑카 조계종복지타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스리랑카 조계종복지타운은 제31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 당시 법장 스님은 2004년 12월, 동남아 지역에 큰 피해를 줬던 쓰나미로 인해 집과 부모를 잃은 스리랑카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며 8만 2645m²(2만5000여평) 규모에 대단위 복지시설을 건립했다. 당시 조계종은 스리랑카복지타운 건립에 20억원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법장 스님이 재임기간 입적하고, 총무원 집행부가 바뀌면서 스리랑카 조계종복지타운에 대한 종단적 관심도 크게 줄었다. 특히 매년 수억 원의 운영비에 대한 종단적 부담도 가중됐다.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제기됐고, 폐쇄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다행히 조계종복지타운을 서울 도선사가 전담 관리하고 최근에는 운영지원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재정자립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계종복지타운의 운영을 지원보다는 자체적으로 재정 자립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향후 안정적 운영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복지타운이 이렇게 변모하기까지는 수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에서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가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특히 총무원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학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중장기적 사업계획을 마련해 지속적인 수입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 스님은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있는 것은 알지만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는 탄자니아 지원 사업은 중단될 수 없다”며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통해 탄자니아 지원 사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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