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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언해는 고도의 통치전략”

한국선학회 국제학술세미나서
김슬옹 인하대 초빙교수 주장

▲ 한국선학회는 8월18~19일 ‘불교와 한글,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훈민정음 창제 주체인 세종과 세종을 가장 많이 도운 세조에 의한 불교 관련 정음 문헌 간행은 불심 차원이 아니라, 치밀한 통치 전략과 언어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는 8월18~19일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훈민정음 반포 570돌 기념-불교와 한글,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불교를 통한 훈민정음 보급의 의미’를 발표한 김슬옹 인하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는 조선 초기 불전언해가 불심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를 반박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피지배층과의 소통을 고려하되 지배층을 배려한 전략에 의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듯, 불교서적 또한 그러한 고도의 통치전략이었다”며 “세종은 새 문자의 실제적 실험과 적용을 역사의식과 생활민심에 기대 누구나 문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전범을 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자를 통한 지식권력과 유교적 지배이념에 대한 특권의식이 있는 지배층을 고려할 때, 문자 보급을 유교경전으로 할 경우 심한 반발에 부딪칠 수 있었다는 것. 이와 함께 불교가 백성들의 잠재의식과 생활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랜 역사이자 전통이라는 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유교 경전이 온전한 한문문서인 데 반해 불교문헌은 인도말 또는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기에 새로운 문자 문헌으로 적절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훈민정음이 기존 문자를 완전히 대체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입말을 자유자재로 옮겨놓는 것을 실제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설령 유자 계층이 새 문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마치 샘물이 샘솟듯이 퍼져나가는 새 문자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조선시대 비주류 종교인 불교가 비주류 문자인 훈민정음 발전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같지만 그로 인해 훈민정음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며 “각종 불경언해서는 언해의 규범 역할을 했고 유교경전 언해서 발간·보급의 바탕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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