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 주체인 세종과 세종을 가장 많이 도운 세조에 의한 불교 관련 정음 문헌 간행은 불심 차원이 아니라, 치밀한 통치 전략과 언어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는 8월18~19일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훈민정음 반포 570돌 기념-불교와 한글,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불교를 통한 훈민정음 보급의 의미’를 발표한 김슬옹 인하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는 조선 초기 불전언해가 불심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를 반박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피지배층과의 소통을 고려하되 지배층을 배려한 전략에 의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듯, 불교서적 또한 그러한 고도의 통치전략이었다”며 “세종은 새 문자의 실제적 실험과 적용을 역사의식과 생활민심에 기대 누구나 문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전범을 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자를 통한 지식권력과 유교적 지배이념에 대한 특권의식이 있는 지배층을 고려할 때, 문자 보급을 유교경전으로 할 경우 심한 반발에 부딪칠 수 있었다는 것. 이와 함께 불교가 백성들의 잠재의식과 생활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랜 역사이자 전통이라는 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유교 경전이 온전한 한문문서인 데 반해 불교문헌은 인도말 또는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기에 새로운 문자 문헌으로 적절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훈민정음이 기존 문자를 완전히 대체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입말을 자유자재로 옮겨놓는 것을 실제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설령 유자 계층이 새 문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마치 샘물이 샘솟듯이 퍼져나가는 새 문자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조선시대 비주류 종교인 불교가 비주류 문자인 훈민정음 발전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같지만 그로 인해 훈민정음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며 “각종 불경언해서는 언해의 규범 역할을 했고 유교경전 언해서 발간·보급의 바탕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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