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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진시사암연합회

종교화합·나눔이 모토…주요 현안엔 ‘결집’

▲ 당진시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이 7월25일 화력발전소 추가건립 저지를 위해 단식 중인 김홍장 당진시장을 방문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충청남도 당진은 유독 기독교세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이후에는 가톨릭 성지라는 인식이 강해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 차원의 지원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불교계의 말 못할 고충은 드러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기독교세 강한 열악한 환경서
‘봉축행사’도 화합의 장으로
화력발전소·송전탑 저지 등
대사회문제엔 존재감 드러내

불교계가 당진시사암연합회(회장 도문 스님, 영랑사 주지)의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같은 지역적 특색과 무관하지 않다. 당진시사암연합회는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옹골찬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지역불교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면 당진사암연합회는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다. 지역 사찰이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이렇다 할 법회나 모임도 없고,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식적인 대외 활동은 봉축행사 ‘국운융창 시민행복 연등회’가 유일하다. 봉축행사임에도 ‘부처님 세상, 자비, 봉축’ 등 불교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점도 특이점이다. 불교 행사를 넘어 나라와 지역을 위한 전통행사로서 ‘연등회’임을 드러내 지역 화합을 이끌고자 한 사암연합회 측의 배려다. 봉축행사를 위한 후원금이 남을 경우 전액 지역 소외이웃 및 지역현안 해결, 국내외 구호활동 등을 위해 회향한다. ‘불교’를 크게 내세우기 보다는 잔잔한 활동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사암연합회 소속 사찰인 정토사(주지 선오 스님)의 백련 연꽃축제와 보덕사(주지 정안 스님)의 호수음악제 등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발돋움한 원동력도 ‘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화합과 나눔·문화는 외부적인 활동일 뿐, 당진시사암연합회의 진정한 저력은 소속 사찰 간의 공고한 결속력과 대사회현안에 대응하는 발빠른 행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진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사건이다. 2010년 지역주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당진시립합창단(당시 당진군립합창단)이 찬송가 일색의 선교공연을 개최하고 홈페이지 단원소개란에 기독교 이력을 기입하는 등 종교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사실이 법보신문 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연합회는 이에 대한 대응을 천명하고 시정을 촉구해 충청남도 차원의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받았다.

2012년 당진시립합창단이 각 종교계 합창단이 참석한 음악제에서 찬송가를 메인곡으로 선정했을 때도 사암연합회가 즉각적으로 나섰다. 주지스님들 간의 긴급 연락망을 돌려 적극 대응을 결의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시립합창단의 사과를 받고 메인곡이 변경되는 등 시정조치까지 단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당진경찰서 법당을 지켜낸 것도 사암연합회다. 몇해전 당진경찰서는 공간 부족을 이유로 법당을 사무실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회는 회의를 거쳐 경찰서측에 법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고, 기존 세 명의 경승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모든 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이 돌아가며 법회를 운영키로 했다. 결국 경찰서 법당은 여법한 공간으로 유지될 수 있었고, 오히려 지역 스님들의 관심 속에 활성화를 이끌어낸 계기가 됐다.

당진시사암연합회 활동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환경문제다. 현재 당진시에는 화력발전소 10기와 500개가 넘는 송전탑이 있다. 사암연합회는 그동안 송전탑과 송전선로의 추가 설치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으며, 최근 정부가 화력발전소 추가 건립을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다수의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시에 추가로 발전소를 건립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환경에서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님들은 7월22일, 25일 두차례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인 김홍장 당진시장을 격려하고 추가 건립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현재 화력발전소 건립계획은 무기한 보류됐다.

사암연합회장 도문 스님(영랑사 주지)은 “각 사찰 스님들이 지역 환경·종교 화합을 저해하는 사안으로 판단될 시에는 즉각적으로 모여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불교계의 목소리를 결집하고 대변하는 한편 지역과 함께하는 종교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진=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종교간 화합 속에서 불교 이미지 제고 관건”

당진시사암연합회장 도문 스님

 
당진은 종교적으로 대단히 독특한 이력을 지닌 곳이다.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 종교가 각기 역사·신앙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시사암연합회장 도문<사진> 스님에 따르면 당진은 백제불교의 도래지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곳이다. 백제말 창건돼 고려시대 번창한 것으로 알려진 안국사터와 당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영랑사, 고려말 창건된 신암사, 당진 용연리 석조보살상(고려) 등이 지금까지 남아 과거 융성했던 불교의 단면을 전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도 역사상 독보적인 입지를 갖춘 성지이기도 하다.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출생지인 솔뫼성지와 조선교구장이었던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신리성지가 함께 위치한다. 역사성·종교성을 대변한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는 있지만 개신교계의 성시화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 역시 이곳 당진이다.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인 당진에 그야말로 세 종교의 신앙적 의미가 켜켜이 덮여 있는 셈이다.

도문 스님은 “세 종교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종교가 불교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이웃종교와의 화합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불교의 역량을 키우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중대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통사찰을 비롯한 지역사찰 등이 각기 여법한 도량에서 포교와 전법에 매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세 확장의 중심이 될 만큼 재정과 신도가 풍부한 대규모 사찰이 없다는 점도 당진 불교계의 특징이자 현실이다.

스님은 “불교계 목소리를 드러내면서도 지역민을 위한 지속적인 나눔·문화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의 일환이다. 지난해 봉축행사부터 ‘청소년어울림마당’을 신설해 종교를 초월한 문화 경연을 기획한 것도 이같은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스님은 “지역 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불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불교회관, 불교대학의 운영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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