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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 향상 할 스포츠 정책이 아쉽다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 속에 올림픽 열기가 겹쳤다. 두 열기가 겹치면 더욱 견디기 힘들 것도 같은데, 오히려 온 국민이 올림픽의 열기로 무더위를 넘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올림픽의 열기로 폭서를 누르고 아침녘에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는 수많은 국민들…. 필자 또한 우리 선수들의 투혼에 함께 용을 썼던 사람 속에 끼는 것을 사양치 않을 것이다. 이제 그 열기를 되돌아보면서 뜨거운 외침 속에서도 간간히 필자의 뇌리를 스쳤던 몇 가지 단상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들은 올림픽을 통해 일어난 건강한 애국심을 정말 순수하고도 건강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뜨거운 애국심에 불타는 시간, 스포츠를 통해 온 국민이 하나 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가장 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귀함이 진정 귀한 까닭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도 아니고, 우리의 아들 딸, 형님 누나 동생들이 뛰는 마당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 대한민국!”이 나올 때 그 가치가 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혹여나 그러한 자연스러운 애국심에 쓸 데 없는 군더더기의 국가지상주의를 덧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런 군더더기가 붙으면 스포츠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또한 자연스러운 애국심은 오염된다. 이런 경계심이 드는 것은 요즈음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파시즘적인 사고를 부추기는 현상들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올림픽 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축제이기에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이 실종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말 너무도 원론적인 이야기이기에 진부할 수 있다. 허나 이 지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올림픽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정책의 근본이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선수를 국가를 위한 상품으로 육성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 전체의 스포츠 역량이 바탕이 되어 뛰어난 선수가 나오도록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당연히 이상적인 것은 후자이겠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는 그렇지 않고, 또 대표적인 스타 선수가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너무도 크다. 그러하기에 어느 정도는 정책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훌륭한 팀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또 그쪽으로만 지나치게 편중되면 국민은 완전히 관객이 되고 만다. 진정한 의미에서는 스포츠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 있으니 대학의 스포츠 정책과 연관 지어 보자면 이렇다. 대학생 전체가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 등에 투자를 할 것인가, 유명한 선수를 특례입학 등을 통해 영입함으로써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을 택할 것인가? 이와 같은 문제인 셈이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답을 쉽게 내지 못한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가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렇지만 한정된 예산을 생각한다면 엄연히 양자택일의 문제요, 가능하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만족되는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정답 없는 물음을 던지는 것은 우리의 스포츠 정책이 상당히 상업주의적인 방향에 쏠려 있다는 반성에서다. 국민을 위한 기반 체육시설에 대한 충실한 투자가 있는가? 국민이 단지 관객으로 소외되지 않고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나가고, 그것이 국가적인 스포츠 역량으로 연결되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겠으나, 저울추가 한 쪽으로 너무 기운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어렵더라도 이상적인 구조를 세워가는 것이 근본이다.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이것이 바탕이 되어 국가적인 스포츠 역량이 나오고 순수하고도 뜨거운 애국심이 나오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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