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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왜 자애로움인가

거칠게 설거지 하는 작은 행동에도 아이는 불안

“오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엄마의 밝은 표정을 보고 딸 지아도 밝게 묻는다. 말이나 행동에는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담겨있어 상대를 파악하는데 요긴하다. 기분이 나쁠 때는 말과 행동도 거칠어지며 좋은 기분에는 말과 행동도 부드러워진다. 이를 가장 잘 느끼는 관계가 제일 가까운 부모자녀이거나 부부일 것이다. 설거지만 거칠게 해도 “엄마, 화나셨어요?”라며 자녀는 엄마의 정서를 염려한다. 거친 행동을 일으키는 엄마의 불쾌감이 언제든 분노로 전이될 수 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서다. 다정하고 따뜻한 부모의 행동은 자녀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거칠고 신경증적인 말이나 행동은 자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모든 아이는 부모의 거칠고 따져 묻는 행동보다는 그냥 베풀어주는 자애로운 부모상을 원한다. 자애로움은 어디 부모뿐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로부터 친절하고 따뜻한 배려를 기대할 만큼 ‘마음 고픈 존재’들이다. 그래서 자애로움은 이 시대가 원하는 가장 수승한 덕목이며 인격인 것이다.

언행엔 감정·생각 담겨 있어
부모자식 관계 가장 잘 느껴
모든 자녀는 자애 고픈 존재

부처님은 수행자들이 서로에 대한 존경을 만들고, 도움과 화합으로 이끄는 여섯 가지 원리 중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를 들었다.

‘앙굿따라 니까야’ ‘공덕에 두려워하지 않음의 경’을 보면, 자애의 공덕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짐작케 하는 부처님의 경험담이 실려 있다.

“수행승들이여, 공덕에 대하여 두려워하지 말라. 공덕을 짓는 것은 바로 행복을 지칭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행해진 공덕은 오랜 세월 열망하던 사랑스럽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7년간 자애의 마음을 닦았는데 자애의 마음을 닦고 나서 일곱 파괴의 겁과 생성의 겁(우주의 순환과정의 일부)기간 동안 이 세계에 돌아오지 않았다. 우주가 파괴될 때에는 나는 빛이 흐르는 신들, 하느님의 세계에 있었고, 우주가 생성될 때에는 텅 빈 하느님의 궁전에 태어났다.”

부처님은 7년간 자애심을 닦은 공덕으로 중생계를 초월한 빛의 세계(광음천)에 계셨다고 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사실 3차원을 사는 우리가 빛의 세계를 어찌 짐작하겠는가? 빛이란 티끌만큼의 오염도 허락되지 않는 청정하고 밝음 그 자체, 곧 여래이다. 그러니 빛의 세계는 너와 나의 차별이 없는 오직 모두를 향한 자비광명의 베풂, 자애(慈愛)만이 가득한 곳으로 상상된다. 이 때문에 부처님은 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서로 존경하고 화합하는 삶이란 ‘그냥 베푸는 자애’가 바탕이니 자애를 닦으라고 가르치신다.

“수행승들이여, 여기 수행승은 동료수행자에 대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자애로운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행위를 일으킨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맛지마 니까야, 꼬쌈비 설법의 경)

이 말씀은 인간관계로 인해 늘 고통 받는 우리 모두를 향한 부처님의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어떤 부모는 자애로움보다는 전투에 임하는 투사처럼 강하고 거칠다. 왜일까? 힘의 논리에 중독되어 강한 힘만이 제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탐욕적인 삶을 산다. 후일 욕망의 무상함을 깨닫고 후회할망정 눈앞의 일시적 충동을 극복하지 못한 어리석음은 이들을 점점 더 깊고 다양한 이기적인 생활로 몰아간다. 혹여 이 시간에도 내가 사는 지역에 ‘장애아 시설’이 들어서기라도 할라치면 힘의 논리에 따라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반대하진 않는가? 내 자식을 위한 좋은 환경차원에서 반대한다는 표면적 이유로 남의 자녀는 나몰라하는 극도의 이기적인 행동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무엇이 진정 내 자녀의 미래를 위한 길이며 바른 삶인지를 부처님 가르침에서 배웠으면 한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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