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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과학의 야합

과학, 전쟁 거치며 발전
남북의 첨단무기 집결지
포용과 화해가 최선책

과학은 인류사를 발전시켜온 큰 축이다. 과학은 인류가 겪었던 오랜 굶주림과 질병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생명연장을 비롯해 의식주 전반에 걸친 생활의 편리를 이끌어낸 것도 과학의 공덕이다. 인터넷 개발로 전 세계 인류를 연결하는 통신망이 구축되고, 인공위성 발달로 인류 활동 영역이 우주까지 확장된 지도 오래다. 맹목과 무지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견인한 일등공신도 과학이다.

과학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성보다 영성을 강조하는 종교도 과학을 부정하고는 존립하기 어렵다. 불교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나 이웃종교의 창조과학회 등 활동도 명실상부한 과학시대임을 방증한다.

하지만 과학의 빛이 발할수록 어둠도 짙다. 과학과 전쟁의 관계가 그렇다. 과학 발전은 상대를 효과적이고 대량으로 살상하기 위한 전쟁무기 개발에 힘입는 바 크다.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2003년)의 저자 어니스트 볼크먼(Ernest Volkman)은 전쟁이 과학의 힘을 빌려 흉포화됐을 뿐 아니라 과학 자체도 전쟁의 노력에 힘입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고 밝힌다.

책에 따르면 전쟁 당사자는 사활을 건 싸움에서 적을 섬멸시킬 ‘결정적인 무기’를 필요로 한다. 그 필요성이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다. 또 그렇게 발전한 인류 문명은 더욱 강력한 ‘결정적인 무기’로 무장한 전사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그것이 다시 문명의 발전을 견인하는 잔혹한 반복의 역사였다.

화학도 좀 더 효과적인 폭발물을 찾는 과정에서 싹텄고, 천문학도 해전에서 효과적인 항해술의 필요성에 의해 생겨났으며, 수학도 무기 탄도학으로부터, 야금학(冶金學)도 날이 있는 무기와 총기류의 개발로부터 발전됐다. 특히 인류문명이 최고조에 이른 오늘날 과학은 한순간에 지구 자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권력자들의 손에 쥐여주면서 절정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70년이 넘도록 분단국가로 대치 중인 한반도는 과학의 결정체인 첨단무기 집결지다. 한국은 미국 전체 무기 수출의 최대 고객국가이며, 유럽에서 개발된 첨단무기들도 속속 수입하고 있다. 최빈국 북한도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과학적 역량은 탁월하다. 남북이 한순간에 공멸할 수 있는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뿐더러 최근에는 최대 사거리 2500km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과학기술로는 4~5년 내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예상을 뒤엎은 놀라운 결과다.

▲ 이재형 국장
 
그에 따라 남한 내부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사드는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군 당국이 추진해온 ‘킬 체인’과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도 비상이 걸렸다. 언제든 북의 잠수함이 남한 해역으로 넘어와 기습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기존 잠수함보다 더 큰 잠수함을 현재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에선 더 강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과학의 힘을 빌려 개발한 대량학살의 첨단무기들 앞에서 이 땅의 사람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죽음의 지대에 놓인 것이다.

똑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남북의 극심한 갈등은 과학을 더욱 괴물로 만들 뿐이다. 싫든 좋든 남북 간의 화해와 포용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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