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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불교회관 주지 일지 스님

나를 청정히 하고 중생 구제하겠다는 발원이 부모 은혜 갚는 길

▲ 일지 스님은 “살을 저미고 뼈를 깎아 백천만겁 동안 봉양하거나, 부모를 업고 수미산을 백천만겁 동안 돌아도 갚지 못할 만큼의 은혜를 지고 살아간다”며 “그런 부모의 은혜를 만나 세상에 나서 살 수 있었으니 불법을 만났을 때 이 은혜를 반드시 갚으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우란분절입니다. 백중이라고도 하는데 ‘우란분경’에는 우란분절의 기원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목련존자가 육신통을 얻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찾았더니 어머니는 아귀로 태어나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신통력으로 어머니를 구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업이 두터워 구할 수 없자 부처님은 수행승의 자자일(自恣日)인 7월15일에 과거와 현재 7세(世)의 부모를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께 백가지 음식과 다섯 가지 과일 등으로 공양하면 돌아가신 어머니도 천계의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목련존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했는데 이것이 우란분절의 시초입니다. 이날은 또 4월15일부터 시작된 하안거를 해제하는 날입니다. 석 달의 수행기간 동안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는 자자일로 의심이 있으면 스승에 물어 깨달음을 얻고 깨닫는 바가 있으면 대중에게 알리는 날이기 때문에 백중(百衆)이라고 합니다.

부모 된 뒤라야 부모 마음 알아
은혜 갚고 싶어도 갚기 힘들어
계실 때는 자주 찾아뵈며 봉양
돌아가셨다면 정성스럽게 염불

천도하기에 앞서 자신 돌아봐야
자신이 잘 산다면 천도는 된 것
진실된 마음은 기도 통해 발현
기도 잘 하면 생명 소중히 여겨

부모·조상 천도 발원하기에 앞서
자신이 어떻게 살지를 생각해야
태어난 자체로 이미 부처와 인연
딛고 선 그 자리가 곧 불국정토

“누구라도 (해제일에) 자자하는 승가에게 공양하는 이는 현재의 부모와 7대의 부모와 육친들이 삼도의 괴로움을 벗어나서 곧 해탈할 것이요, 옷과 밥이 자연히 넉넉할 것이다. 만일 현존한 부모는 백년 동안 복락을 받을 것이요, 이미 돌아가신 부모는 천상에 태어나되 자재하게 화생하여 하늘 꽃 광명 속에서 무량한 쾌락을 얻으리라.”

그동안 인천불교회관에서는 49일 동안 큰스님들을 모시고 법회를 열어왔습니다. 자광, 혜국, 지홍, 마가, 월호, 해주, 본각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스님들이 오셔서 여러분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슨 말을 더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마는, 법회를 회향하는 차원에서 큰스님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시 한 편을 읽어보겠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입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 입장이 된 분들은 이제 조금이나마 부모의 마음을 알 것입니다. 그래서 잘 해드리고 싶은데,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 좋은 것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미 돌아가셔서 그럴 수 없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부모의 은혜라는 게 그렇습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그 은혜, 이 몸뚱어리 다 바친다 한들 갚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전화 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찾아봬야 합니다.

우리는 은혜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은혜는 우리를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은혜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베풀어주신 분은 부모님입니다. 우리는 살을 저미고 뼈를 깎아 백천만겁 동안 봉양하거나, 부모를 업고 수미산을 백천만겁 동안 돌아도 갚지 못할 만큼의 은혜를 지고 살아갑니다. 그런 부모의 은혜를 만나 세상에 나서 살 수 있었으니, 불법을 만났을 때 이 은혜를 반드시 갚으려고 해야 합니다. 우리가 49재를 올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은중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어느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부처님이 길가의 해골 무더기를 보시고는 갑자기 땅에 엎드려 절을 하셨습니다. 동행하던 제자들은 부처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고, 아난존자가 그 이유를 여쭸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삼계(三界)의 도사(道師)시며, 사생(四生)의 자부(慈父)이신 당신께서 이름 모를 해골더미에 그토록 공손히 절을 올리시는 까닭은 무엇인지요.”

부처님께서는 공손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신 채 말씀하셨습니다.

“이 해골더미는 내 조상의 뼈이거나, 혹은 어느 생엔가 나와 부모의 연을 맺었던 분의 뼈일 것이다. 내가 어찌 절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겠느냐.”

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해골조차 전생 부모님이었을 거라는 부처님 말씀을 우리 불자들은 반드시 새겨봐야 합니다. 세상 모든 생명과 사물들이 자신과 인연이 있음을 일깨워주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 하셨습니다.

“아난아, 뼈들을 잘 살펴 보거라. 그것이 남자의 것이라면 희고 무거울 것이나, 여자의 것이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다. 남자는 절에서 불경 읽는 소리도 듣고, 독경도 하며, 삼보께 예배하고, 부처님 명호도 생각했기에 흰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아이를 낳느라 서 말 서 되나 되는 피를 흘리고, 여덟 섬 여덟 말의 젖을 먹이는 까닭에 뼈가 검고 가벼운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아난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어머님의 한없는 은혜가 절절히 느껴지지 않습니까. 지금 여러분들처럼, 아난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을 것입니다. 아난은 눈물을 흘리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지 부처님께 여쭸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나눠 설명해주셨습니다.

첫째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나를 잉태하여 지켜주셨고, 둘째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해산이 다가오니 점점 커지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수고로움을 이기셨고, 셋째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나를 낳으신 뒤 그간 고통을 잊으시고, 넷째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쓴 것은 당신이 삼키시고 단 것은 나에게 먹이시고, 다섯째 회간취습은(廻乾就濕恩), 마른자리에 나를 뉘이고 당신은 진자리에 누우시고, 여섯째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젖을 먹여 길러주시고, 일곱째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씻어주시고, 여덟째 원행억념은(遠行億念恩), 멀리 떠나면 밤낮으로 나를 걱정하시고, 아홉째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나를 위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 번째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목숨 다하는 날까지 나를 사랑해주시니 이 은혜 우리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깊은 부모님의 은혜를 갚고자 해도 돌아가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교에서는 사람의 숨이 멈췄더라도, 들을 수는 있기에 죽은 사람에게 염불하라고 합니다. 이때 염불은 지극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염불을 하는 소리와 그 사람의 마음이 다르면 중음신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을 듣기 때문입니다. 염불을 하면서 정작,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부모님 영가는 극락에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다 큰 자식이어도, 마치 우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와 같다면 극락이 아무리 좋다 한들, 갈 수 있겠습니까. 우란분절을 맞아 현재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내가 잘 살고 있지 못한다면 부모님은 어떤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내가 잘 산다면 천도는 이미 된 것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 기도는 본인 스스로에게 향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기도의 대상은 부처님 혹은 조상님이겠지만 결국 공덕의 대상인 자신이 청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남을 헐뜯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진실된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통하여 발현되는 법입니다. 그런 뒤에는 주변의 모든 선한 기운들이 인연이 되고, 잘될 수밖에 없는 인연관계로 이어지게 됩니다. 기도를 잘 하면, 내 부모님만큼이나 다른 생명들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오늘의 법석은 부모님, 조상의 천도를 기원하는 자리에서 나아가 모든 생명을 축원하며, 내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태어난 것은 그 자체가 부처님과 지극한 인연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여러분들이 딛고 서 있는 이곳은 불국정토이고 우주 모든 생명은 부처님입니다. 49일 동안 기도를 했어도 이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다면 다시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 기도는 내 부모, 내 조상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모든 부모, 모든 조상, 모든 생명을 위한 기도가 돼야 합니다. 부모님, 조상님만 천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내가 다 구제하겠다는 원대한 마음을 가지고 기도에 임해야 합니다.

정리=수도권 직할 허광무 지사장


이 법문은 8월17일 인천불교회관에서 봉행된 ‘백중법회’에서 주지 일지 스님의 설법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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