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를 돌아보면 가진 것과 누리는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이상하게도 부족한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하루에 하는 말의 대부분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희망과 즐거움에 겨운 웃음보다는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부족함 채우기만 관심
후회하면서도 반복된 일상
스스로 비우는 연습으로
일상서 ‘여유 찾기’ 다짐
얼마 전 절일을 하느라 애쓰는 종무원 식구들이 안타까워 차 한잔했습니다. 차 한잔하면서 위로도 해주고, 즐거운 웃음꽃을 피워 피로를 날려주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의 끝자리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돌아보니 모여서 편하게 놀자는 자리였는데 또 하나의 일거리를 주고 만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제 업인 습관의 모습이겠지요. 그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제발 그런 생각이 날 때, 그런 말이 하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이 바쁘시면 천 눈으로 세상을 잘 살피시고 천개의 손으로 도와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이 오셔서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저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행한다는 저까지 바쁜 관심과 손길을 챙기기에는 양심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내가 한 일을 잘 돌이켜 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을 다시 상상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 멈추는 연습을 하고, 멈춤에 성공해서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경험을 다시 재점검하고 살펴보는 것을 공부꺼리로 만들면 오히려 수행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조금 나아졌습니다. 어제는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일 이야기로 가려 할 때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았습니다. 격려하고 칭찬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모임을 갖거나 차를 마시고 나면 뭔가 숙제를 안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무원들이 차 한잔하자고 해도 모이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스스로 바쁘신 관세음보살님을 대신해서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과 살아가는지를 잘 보려고 합니다. 보게 되면 지혜가 스스로 생기고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늘 가고자 했던 일을 자꾸 만들지 않고 지금 하던 일을 해나가려고 하는 습관으로 조금씩 기도하면서 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도 피곤할 정도로 하는 것은 이제 안해야겠다고, 여유를 찾겠다고 다짐합니다. 그것은 무리하게 짐을 싣고 달리는 화물차와 같습니다.
50의 나이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을 갔다 이제 부산으로 돌아올 시기가 되었습니다. 갈 때는 의욕을 가지고 달리지만 돌아올 때에는 짐을 비우고 와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도 간 것만큼 멀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길, 채움의 길이 채워졌다면 돌아오는 길은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할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세상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모습그대로가 충분합니다. 이제 세상에 나누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새로운 일은 어색한 느낌입니다.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빛나게 하는 조연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도 욕심이겠지만 말없이 드러남 없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디딤돌이 된다면 건강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빈차여서인지 마음이 편합니다.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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