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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4-1. 상품상생(上品上生)

일심으로 아미타불 명호 염하면서
생각마다 버리지 않는 게 왕생 업

‘관경’의 16관을 크게 둘로 나눕니다. 13관까지를 정선(定善)이라 하고, 14관에서 16관까지를 산선(散善)이라 합니다. 서분(序分)에서 설한 삼복(三福) 부분 역시 산선에 포함됩니다. 정은 안정이라는 의미이고, 산은 산란이라는 의미입니다. 중생의 근기를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눈 것입니다.

서방정토에 태어나는 데에는
구품 사람에 따른 방법 있어
지성·회향 발원·심심 갖추면
반드시 저 나라에서 태어나

“부처님께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서방(정토)에 태어나는 데는 구품(九品)의 사람(에 따라서 왕생의 방법에 다름)이 있다.” 어떤 번역본에는 이 구절의 번역이 생략된 경우가 있습니다. 있는 것이 좋고, 또 맞으리라 봅니다. 구품은 상품, 중품, 하품에 각기 상생(上生), 중생(中生), 하생(下生)의 셋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극락에 좋고 나쁜 아홉 등급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극락에 가는 중생들의 근기와 그에 부합하는 수행법에 아홉 등급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상품상생(은 다음과 같다.) 만약 저 나라에 가서 태어나고자 원하는 중생이 세 가지 마음을 일으킨다면, 곧 왕생할 것이다. 무엇을 세 가지 (마음이)라 하는가? 첫째는 지성심(至誠心)이고, 둘째는 심심(深心)이고, 셋째는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이다. 이 세 가지 마음을 갖춘 자는 반드시 저 나라에 태어날 것이다.”
지성심은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입니다. 정성스러운 마음은 거짓이나 굴곡이 없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기신론’에서는 직심(直心)이라 한 것입니다. 정직은 수행이나 학문의 근본입니다. 거짓으로는 자력의 견성도 불가능할 것이고 타력의 왕생도 불가능합니다.

심심은 ‘기신론’에서도 그대로 심심이라는 말이 나옵니다만, 거기서의 뜻은 “모든 선행을 다 모으는 마음”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관경’의 심심에 대해서, 선도대사는 “심신(深信)의 마음이라”고 주석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믿는 것은 둘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자신 스스로 구원받을 역량이 없다는 것을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미타불은 우리를 구원해 주실 힘이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일심으로 아미타불의 명호를 오롯이 염하되, 가든 머물든 앉든 눕든,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을 묻지 말고, 생각 생각마다 버리지 않는 것을 정정(正定)의 업이라 말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정정의 업은 왕생을 가능케 하는 업입니다.

마지막으로 회향발원심은 자신의 모든 선행을 다 극락으로 가는 여정(旅程)의 양식으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특히 이 세 가지 마음 중에서 심심이 중요합니다. 일본 정토종의 개조 호넨(法然) 스님은 선도대사의 ‘관경소’ 중에서 이 심심에 대한 해석을 만나서, 오직 염불만 하자(專修念佛)는 입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정토종이 삼부경 중에서도 이 ‘관경’을 가장 중시하는 까닭입니다.

“다시 세 부류의 중생들은 장차 왕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세 부류인가? 첫째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을 하지 않으며 모든 계행(戒行)을 잘 갖추는 것이다. 둘째는 대승의 방등(方等)경전을 독송하는 것이다. 셋째는 육념(六念)을 수행하여 (그 공덕을) 회향하면서 저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첫째는 계율을 잘 지키며 생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대승불교의 경전을 읽는 것입니다. 대승의 방등경전은 대승불교 경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정토신앙을 설하는 경전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육념은 불·법·승 삼보를 염하며, 또한 보시·지계·생천(生天)을 염하는 것입니다. 삼보를 염하는 것은 말할 나위없고, 보시·지계·생천 역시 초기불교의 기본적인 수행법입니다. 그 모든 것이 다 아미타불의 본원이라는 입장도 나름으로 경전적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공덕을 갖추고서 일일 내지 칠일에 이르게 되면 곧 왕생을 얻게 된다.” ‘일일 내지 칠일’은 ‘이일, 이일, 삼일, 사일, 오일, 육일, 칠일’이라는 말을 줄인 것입니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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