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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올리버 스톤

영화로 불교적 가르침 드러내는 서구의 대표적 불자 지성인

▲ 올리버 스톤 감독과 아내 정선정씨, 그리고 그들의 딸 타라.

올리버 스톤(Oliver Stone)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정받는 영화감독 중 한명으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스톤은 자주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96년 그와 결혼한 한국인 정선정씨와 한국인의 피가 섞인 그의 딸 타라(Tara)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에 해박하고 한국의 역사와 정치적 현안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 것은 스톤이 바로 불자이기 때문이다.

수차례 오스카상을 수상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잘못된 사회·정치 날선 비판
매일 명상으로 마음평온 유지

한때 종교에 대해 비판적 시각
태국서 탁발 스님들 보며 감동

베트남 출신 작가 ‘리리’ 통해
불교적 삶에 대한 통찰 얻어

티베트 4대 종파 닝마파 귀의
쵸감 트룽파 가르침 가슴새겨

유대인과 프랑스 부모 뒀지만
한국인과 결혼, 슬하 딸 하나

스톤의 삶은 서구 불자들에게
가야할 뚜렷한 이정표 남을 것

직설적인 화법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가끔 논란을 부르기도 하는 스톤은 불교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따르는 독실한 불자다.

할리우드에서 스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평화로운 불교의 이미지와 독설적인 스톤의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스톤은 활동적이고 직설적인 외면적 이미지와는 달리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전을 읽고 명상을 하는 신실한 불자다. 심지어 자신의 집 정원에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불상과 불교 서적들을 비치해 그곳을 작은 법당처럼 개조하기도 했다.

▲ 올해로 70세를 맞이했지만 큰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감각을 자랑하는 스톤 감독.

스톤 감독은 불교에 관심을 갖기 전 종교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와 목적을 찾기 위해, 또 해답을 찾으려 무진 애를 썼다. 종교나 철학과 관련된 많은 서적들을 읽으며 끊임없이 고뇌했고 결국 불교에서 자신이 얻고자했던 답을 찾았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한 지혜였다. 스톤은 부처님께서 제시한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과 취해야 할 태도 등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스톤은 ‘무비메이커(Moviemaker)’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교는 허황된 꿈과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큰 힘을 줍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난 후 내면에 존재하고 있던 수많은 고뇌와 고통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처럼, 저 또한 감독으로서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모든 행운과 불행, 성공과 실패가 다 똑같이 느껴지게 됐습니다. 실패를 했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과 아름다운 지혜의 글을 읽으며 고통을 극복하고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리라 다짐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불심은 더욱 깊어졌고 성공에 대한 욕심과 물질적 욕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스톤은 “매일 계속되는 명상과 기도를 통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일상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톤은 자신의 이런 경험들을 통해 불교가 깊이 있는 철학이나 학문적인 탐구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 속 지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스톤은 1946년 9월15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유대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톤 감독은 유대교와 천주교의 교육을 동시에 받고 자라났다.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자 군대에 지원했으며 전쟁 후 미국으로 돌아와 퍼플하트 훈장(미국에서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사에게 주는 훈장)과 브론즈스타 훈장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전에서 경험한 전쟁의 순간들은 후에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플래툰(Platoon)’과 ‘7월4일생(Born on the Fourth of July)’ 그리고 ‘하늘과 땅(Heaven and Earth)’을 제작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스톤은 실화를 영화로 만든 감옥 배경의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로 1978년 오스카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최근 완성한 영화 ‘스노든(Snowden)’은 9월16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국과 중앙정보국의 비밀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미국정부가 국민들을 무차별 통신감청을 하고 있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이를 언론에 폭로하고 망명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영화 ‘‘하늘과 땅 (Heaven and Earth)’을 기획하던 중 태국에 들렸던 스톤 감독은 스님들의 탁발 모습을 보고 불교에 깊게 빠져들게 된다.

스톤은 잘못된 사회시스템이나 정치인을 비판하고 심지어 독설을 퍼붓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투쟁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스톤은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스톤이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2년 태국여행에서다. 영화 ‘하늘과 땅(Heaven and Earth)’을 기획하며 태국을 여행했던 스톤은 아침 산책길에서 수십 명의 스님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됐다. 불자들이 아침 일찍 탁발에 나선 스님들을 위해 집에서 마련해 온 음식을 들고 경건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공양을 올리는 장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으로 마음을 물들였다. 스톤은 이후로 불교에 흥미를 느끼고 불교서적을 무서운 속도로 읽어가기 시작했다. 태국에 머물던 6개월 간 태국에서 무수히 많은 스님들을 만났으며 절을 방문해 스님들의 생활을 엿보기도 했다. 특히 무엇보다 스톤을 사로잡은 것은 스님들이 당시 태국의 군사정부에 항의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불교가 단순히 개인 삶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종교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큰 힘을 지닌 가르침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태국에서의 불교에 대한 경험과 첫인상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됐고, 이후 스톤의 영화에도 고통과 자비, 용서라는 관념들이 큰 의미로 담기게 됐다.

베트남 난민출신의 작가 풍티 리리(Phung Thi Le Ly Hayslip)가 쓴 자서전적 소설 ‘하늘과 땅’을 읽어가며 스톤은 인생에서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단어인 ‘용서’라는 관념에 크게 감동을 받게 됐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며 얻었던 감동과 교훈 등이 리리의 소설 속 ‘용서’라는 개념과 결합하면서 스톤의 차갑고 논리적이기만 했던 사고방식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리리의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점점 불교에 다가가게 되었고 오래 전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티베트의 4대 불교종파 중 하나인 닝마(Nyngma)파에 귀의해 불자가 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친분을 쌓은 작가 리리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실현할 수 있는지 많은 가르침을 줬다. 스톤은 특히 쵸감 트룽파(Chogyam Trungpa) 스님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스톤은 쵸감 트룽파의 저서 ‘크레이지 위즈덤(Crazy wisdom)’ 속 가르침인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이 바로 목표이고 목표는 그 길을 따라가야만 있다’라는 글을 읽으며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제시하신 바른 삶의 방식과 법도를 매일같이 따라가야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쵸감 트룽파 린포체.

동료이자 경쟁자인 유명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장 자크 아노(Jean-Jacque Arnaud) 감독이 각기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 ‘쿤둔(Kundun)’과 ‘리틀 부다(Little Buddha),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 등을 만들었지만 스톤은 오히려 일상 삶 속에서 불교를 더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다. 올해로 70세가 된 스톤은 부처님의 말씀을 한 구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꾸준히 경전을 읽고 있다.

쵸감 트룽파는 “명상은 삶 속의 모든 혼란과 분노, 그리고 탐욕과 같은 욕망을 제어하고 올곧게 부처님이 가신 바른 길을 향해 출발하는 것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스톤은 영화감독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70세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참다운 불자의 삶을 향해서도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스톤의 삶은 21세기 서구라는 토양에서 새롭게 불자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길라잡이로 삼아야 할 뚜렷한 족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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