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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세상’과 불교

“아아, 돈, 돈! 이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픔들이 이 세상을 젖게 하는가!”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에서 외친 탄식이다. 비단 톨스토이만은 아니다. 돈에 대한 경고는 동서고금에 두루 퍼져있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우리 속담은 돈의 부정적 힘을 여실히 깨우쳐 준다. 요컨대 돈은 삶을 병들게 한다는 교훈이다.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돈은 삶을 병들게 한다”



최근 미국의 한 의학연구소에 따르면 1달러 짜리 지폐 94%에서 박테리아 등 세균이 우글우글 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는 “1달러 지폐는 널리 사용되고 사용빈도도 높다”며 돈을 통해 병이 번질 위험을 우려했다.

현재 미국에서 돌고 있는 1달러 지폐는 수십 억 장에 이른다. 비단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거나 달러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의 1천 원 짜리 지폐에서도 식중독균이 다량 검출됐다. 식중독은 물론이려니와 여드름이나 화농성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도 묻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회성 병원균으로 잠복해 있으며 숙주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돈이 얼마나 더러운 것인가를 새삼스레 그 물리적 실체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돈이 삶을 병들게 한다는 말은 여기서 다시 단순한 물리적 차원을 넘어선다. 돈이 현대인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니 ‘시장경제’니 우아한 표현들을 즐겨 사용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리고 그 자본주의 사회는 말 그대로 자본이 주의(主義)가 된 사회다. 황금만능이나 배금주의는 모두 그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에서 배태되어 나오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돈을 우상화하는 자본주의 문화로부터 현대인을 지켜 줄 종교마저 그에 예속되어 가는 현실에 있다. 한국의 교회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동양에서 제일 큰 교회건물 따위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며 대형화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그 교회를 목사들이 아들에게 세습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 서글픈 일은 불교마저 그런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얼마 전 큰 절의 한 재무국장 스님이 국고 23억 원을 횡령해 구속되었다. 종단의 중진 스님이 문화재보수비로 책정된 국민의 세금을 빼돌렸다는 것은 적잖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인들이 기독교 성직자들보다 더 불교의 스님들에 대해 엄격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더러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엄정한 잣대는, 세속을 떠나 산중에 머무는 스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그만큼 깊은 데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깊은 청산마다 어김없이 맑은 스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홍복이다. 이 나라가 이 정도나마 자신을 지켜온 데에는 바로 그 덕 높은 스님들이 천년을 뛰어넘어 법맥을 이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 맑게 할 책임 불교에 있어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황금숭배 풍조가 퍼져있다. 바로 그만큼 더 오늘의 불교에는 돈에 눈먼 현대인이나 돈에 돌아버린 세상을 정화할 책임이 있다. 하물며 스님이 돈에 탐욕을 부린다면, 더구나 그 돈이 혈세라면, 막연하게 산문을 믿고 있는 중생들의 절망은 한없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스님의 문제를 침소봉대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산문에서 정진 중인 수많은 스님들의 존재를 몰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돈에 돈 세상 바로 잡기에 산문에 있는 스님들이 좀 더 중생들에게 다가서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 소망마저 혹 어쩔 수 없는 중생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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