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첫 국가무형문화재인 동해 삼화사국행수륙대재가 지난해 태고종 스님이 주요의식인 범패를 담당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정체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구성원간의 갈등 또한 계속되고 있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삼화사국행수륙대재 설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존회, 총무원 등 문제제기
지난해 태고종 스님이 범패
지정 당시 의궤절차도 무시
효림 스님 “불가피한 상황”
조계종 “현형대로 시정요구”
이 같은 내용은 (사)두타산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가 8월29일 “삼화사 수륙재가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의 의궤절차에 따라 설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진정서를 조계종 총무원과 문화재청 등에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삼화사 국행수륙재는 문헌에 근거한 복원과 시연으로 지난 2013년 12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125호로 지정됐다. 삼화사 수륙재는 영산재(1973년), 연등회(2012년)에 이은 세 번째 불교무형문화의 문화재 지정이자 조계종에서 보유한 첫 번째 국가무형문화재로 기록됐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시연된 수륙재에서 발생했다. 2014년 5월 삼화사 주지로 부임한 효림 스님이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 회원들을 배제한 채 수륙재를 설행, 문화재 지정 당시의 의궤절차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삼화사수륙재보존회에 따르면 수륙재를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는 보존회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범패작법은 태고종 스님에게 맡기고, 삼화사 신도단체가 만들던 설단은 다른 곳에 외주를 줬다. 또 지화와 수인도 효림 스님의 의지대로 진행하는 등 2015년 수륙재는 문화재 지정 당시의 원형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
삼화사수륙재보존회는 “수륙재의 원형보존과 보존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부재하다면 올 행사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삼화사 수륙재가 원형을 보존하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형문화재 지정당시 기능인이 공개행사 및 전승교육에 참여해 의례절차에 따라 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효림 스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스님은 “수륙재 설행을 20여일 앞두고 돌연 범패를 맡아온 스님이 ‘못 하겠다’고 했다. 여러 번 사정했지만 마음을 돌릴 수 없었고, 예정된 행사를 접을 수도 없어 부득이 잘 알려진 범패전문가를 섭외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총무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원형대로 봉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본지 확인결과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5월 문화부 관계자들을 삼화사에 파견해 주지 효림 스님에게 지난해 수륙재 설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화재 지정 당시의 의궤절차 준수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삼화사는 최근 공문을 통해 총무원 지침을 준수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범패작법에 관한 종단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관련 문화재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륙재 설행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삼화사뿐 아니라 불교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미 문화재청이 삼화사 수륙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행사도 원형대로 설행되지 않으면 관련 법규에 따른 후속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삼화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불교무형문화의 문화재 지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문화부는 “삼화사 수륙재의 무형문화재 지정의 의미와 지난해 설행 과정의 문제점, 문화재 전문가들의 우려 등을 인지하고 있다”며 “올 삼화사 수륙재가 원형대로 시연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삼화사는 9월23일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 총회를 열어 올 수륙재 행사와 원형보존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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