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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오불도’와 문화재 환지본처

  • 기자칼럼
  • 입력 2016.09.05 13:34
  • 수정 2016.09.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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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박물관에서 보관되던 순천 송광사 ‘오불도’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40여년 전, 서울의 골동품점에서 ‘오불도’를 구입했던 미국인이 도난문화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반환을 쾌히 수락하면서 이뤄진 일이었다.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맺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환수를 추진해왔던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낭보가 전해지자 교계언론은 물론, 주요 일간지들도 대서특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로 반출됐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문화재 환지본처(還至本處)의 당위성을 넘어 민족적 자긍심마저 일깨워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쾌거의 뒤안에서 우리는 외면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과 만나게 된다. 이른바 ‘오타니 컬렉션’이라 불리는 1500여점의 실크로드 유물이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와 전시실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서역의 유물들이 어떻게 한반도로 건너오게 된 걸까. 일본 교토의 사찰 니시혼간지(西本願寺)의 법주였던 오타니 고즈이는 1902년 1차 탐험을 시작으로 1914년까지 총 3차례의 실크로드 원정을 떠났다. 앞서 실크로드를 휩쓸었던 서구열강 탐험가들의 행태를 답습한 오타니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물들을 마구잡이로 약탈해 일본으로 빼돌렸다. 이후 니시혼간지가 파산하자 약탈한 유물들의 일부를 재벌에게 팔았는데, 다시 조선총독부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해방을 맞아 대한민국에 귀속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실크로드 유물을 관리하고 있는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6년 3월1일 현재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무려 16만4454점에 이른다. 대부분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엄연한 문화재 약탈 피해국이다. 과거 일본과 서구열강들의 야만적 약탈행위에 대한 분노가 정당한 만큼이나, “우리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구 또한 정당한 것이다. 실크로드 유물들을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100여년 전의 약탈행위에 대한 분노와 그것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이 엄중한 인과의 도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의 분노와 요구는 비로소 배타와 편협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김규보 기자
제자리를 이탈한 문화재는 반드시 원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문화재는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정신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꽃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답다 하여 꺾고 옮겨버리면 금세 시들고 말 것이다. 16만점 넘는 우리 문화재들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실크로드 유물들 역시 맥락과 정신을 상실한 채 시들어가고 있다. 순천 송광사 ‘오불도’ 환수에 기뻐하기에 앞서, 이 사건이 ‘오타니 컬렉션’에 던지는 메시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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