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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동훈 스님과 해인사 고수비빔국수

최소한의 재료에 담긴 지극한 마음이 최고 음식 비결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위치한 삼보사는 도심 속 계율도량·어린이포교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도량이다.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대구포교당이기도 한 이곳의 주지 동훈 스님은 평생 지계행을 실천한 율사 도원 스님의 상좌로 은사의 가르침대로 불자들을 지도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계율에 철저하고 포교에 여념이 없는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스님의 도반들은 최고의 국수장인으로 기억한다. 강원시절 스님이 만들어 공양한 국수가 최고의 인기 메뉴였기 때문이다.

해인사 공양간 규율은 엄격
밥 태우면 참회 3000배 올려

무와 배추가 절 반찬의 전부
두부와 국수는 최고의 별식

법문하는 날에는 찰밥과 김
결명자차도 학인들 큰 도움

동훈 스님의 고수비빔국수
지금까지도 최고음식 각광

동훈 스님은 196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 공부를 하다 용주사로 입산했다. 그렇게 행자생활을 하던 중 삼보사에 주석하던 도원 스님과 인연이 되어 발심출가하게 됐다. 1969년 사미계를 수지한 스님은 바로 해인사 강원에 입학했다. 당시 해인사에는 200여명의 대중이 생활했는데 학인들은 새벽3시에 일어나 저녁9시 취침할 때까지 엄격한 규율 아래 공부와 울력은 물론 공양주 등의 소임을 병행해야 했다. 고되고 힘든 시간인 만큼 잊지 못할 추억 또한 적지 않았다.

“한 끼 200명분의 공양을 준비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밥을 하는 가마솥만 3개가 됐고, 국을 끓이는 가마솥도 따로 있었습니다. 공양주 소임은 스님과 학인들의 몫이었고, 행자들은 보조만 했어요. 강원만큼이나 공양간 규율 또한 굉장히 엄했습니다. 공양주가 밥을 하다가 태우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참회의 3000배를 올려야 했고, 쌀 한 톨도 흘려보내는 법 없이 모두 주워 먹어야 했습니다.”

그 시절 반찬은 ‘무’와 ‘배추’가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무 한 가지로 12가지 반찬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절집에서 무와 배추를 빼면 ‘된장국’ 외에는 먹을 수 있는 반찬이 거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님들에게 ‘두부’나 ‘국수’는 최고의 별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두부’는 큰 행사나 제삿날에만 먹을 수 있는 특식이었다. 두부를 만드는 날이면 스님들은 직접 수확한 콩을 밤새 불려 콩물을 만든 뒤 끓는 물에 넣어 눅지 않게 몇 시간씩 저어야 했다. 그렇게 한소끔 끓으면 물을 조금 넣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끓이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불을 줄여 간수를 넣고 살살 저어주면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 상태가 순두부이고, 순두부를 두부천에 깔고 물을 빼면 두부가 된다. 그렇게 몇 시간을 고생해 일일이 손으로 만든 두부의 고소함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요즘엔 그런 두부를 맛보려야 맛볼 수도 없다.

“절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만약 누가 ‘스님, 죽 끓여 드릴까요?’하면 아무도 대답을 안 하지만, ‘스님, 국수 삶아 드릴까요?’하면 백이면 백사람 모두 대답을 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스님들에게 국수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동훈 스님 역시 해인사 강원시절 최고의 음식으로 ‘비빔국수’를 꼽았다. 더욱이 동훈 스님은 국수 하나로 해인사 최고의 국수장인으로 등극했었다. 스님이 전하는 국수 만드는 비법은 바로 면을 맛있게 삶는 것이다. 해인사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의 국수를 만들 때는 면 삶는 시간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스님은 면의 색깔만 봐도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양념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탱탱하게 잘 삶아진 면에 고추장과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적당량 부어 살살 잘 비벼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들기름에 살살 무친 고수나물 겉절이를 얹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비빔국수는 해인사 스님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최고의 별식이 됐다. 그 중에서도 논밭에서 울력을 하다 참으로 먹는 고수나물 비빔국수는 최고 중에 최고인 추억의 맛이다.

해인사의 추억 가운데 음식과 관련한 또 다른 기억은 성철 스님이 법문하시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찰밥’과 ‘김’이다. 지금이야 쉽게 구하고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시절 부드럽고 찰진 찰밥과 김 한 장은 정말 귀하디귀한 음식이었다. 그 귀한 찰밥과 김을 먹고 나면 배에 힘이 들어가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밖에 ‘결명자차’를 항상 넉넉하게 떨어지지 않게 끓여 학인 모두가 장복했다. 아마도 공부하는 스님들의 눈 건강을 위해 특별히 사중에서 결명자차를 넉넉하게 마련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사찰음식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철에 구할 수 있는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를 사용하고 가공을 최소한으로 한 건강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그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만든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재료와 방법, 열량 등도 충실히 담아내야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마음까지 전달돼야 사찰음식이 사찰음식답게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정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동훈 스님은 1968년 도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1973년 비구계를 수지했다. 현재 대구 삼보사 주지로 어린이 포교와 삼보불교대학을 통한 불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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