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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나눔의 삶

부모 이타행으로 함께 사는 풍성한 인간미 습득

“내 것보다 형 비스킷이 더 많잖아?” 5살 다산이는 간식으로 나누어준 과자가 형보다 한 조각 적은 것을 알고 떼를 쓴다. 부모가 주는 과자하나에도 아이들은 그냥 과자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자기 몫의 과자가 적은 것을 알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그만큼 적은 것으로 믿고 공정하지 못함에 반발한다. 어디 과자뿐이겠는가? 용돈이나 옷, 책가방 같은 물건을 통해서도 비교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왜 이처럼 아이는 비교를 통해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할까? 한마디로 말해 ‘자신이 중요한 사람,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싶어서다. 인간은 열등감이 많다. 어린 시절 부모나 형보다 여러 면에서 무력한 자신을 보며 열등감은 자란다. 열등감은 우월해지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내가 더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매사를 경쟁, 비교하여 자신과 주변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비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채워질 수가 없다. 왜일까? 또 다른 비교대상을 찾아 헤매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리석은 비교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주셨다.

아이는 나눠 준 과자 하나로도
관심과 사랑 많고 적음 느껴
공정한 나눔의 지혜 가르쳐야

‘맛지마 니까야’의 ‘꼬쌈비 설법의 경’을 보면, 승가의 화합을 위해 공정한 나눔이 왜 필요한지를 부처님께서 설명하신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여법한 소득, 즉 정당하게 얻어진 것이 있다면 하나의 발우에 있는 것일지라도 소득을 남김없이 나누어 계행을 지키는 동료들과 함께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이처럼 소득은 반드시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야 하며 계행을 지키는 수행자는 누구나 공정한 나눔의 혜택을 적용받는다는 승가의 지침을 보며 재가자의 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재물이란 정직과 정당함을 바탕으로 취득할 때 문제가 없으며, 그 사용은 가족원이 수긍하고 만족할 만한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만일 부모가 재물을 가족과 나누지 않고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 무슨 참견이냐’는 식의 무책임한 소비행태를 취한다면 가정의 화합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눔은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타인에 대한 배려, 책임감 및 자애심의 덕목을 필요로 한다.

부모는 재물의 나눔 외에도 시간, 감정, 고민 등을 자녀와 나눌 수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70%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를 보았다. 이 수치를 보면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막는 방해꾼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모입장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왜냐면 인간은 누구나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다. 방학으로 인해 자녀를 한 달간 가정에서 돌보아야 한다는 일은 부모의 생활리듬에 변화를 촉구한다. 이것은 스트레스다.

하지만 건강한 부모라면 곧 자녀와 시간을 균형 있게 나누어 쓰는 방안을 찾게 되니 그리 염려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남을 배려해본 경험이 적은 부모가 이런 상황에 놓이면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공유할지 몰라 귀찮고 힘들어할 것이다. 만약 그 원인을 아이에게 돌려 골칫거리 취급을 한다면 아이는 무가치하며 사랑받지 못한다는 깊은 열등의식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뿐 아니라 후일 타인을 위해 자기 시간을 할애하고 배려하는 화합의 삶을 살기도 어렵다. 나눔이란 보고 익히며 실천을 통해 배우는 것,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건전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보며 더불어 사는 풍성한 인간미를 배웠으면 한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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