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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청소년 설법과 스토리텔링 ③

단순한 인용은 집중도·이해력 떨어뜨려

‘오늘 할 일은 오늘 하라’라는 대주제의 설법은 시간·노력·실천의 중요함, 만남과 친구의 중요성을 일관성 되게 이끌어가며 흥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전해줬다. 다만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보배’라는 등의 속담을 단순히 언급하는데 그치고 경전을 필요이상으로 많이 인용해 시각적 프레젠테이션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집중도와 이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친구’라는 본질과 청소년 실생활의 이야기를 더 발굴해 제시했더라면 정서적으로 맞닿은 교집합이 커서 그만큼 공감과 즐거움도 커진다. 따라서 미디어 등을 통해 스크랩하고 동서양 고전문장을 적절히 버무리면 좋다는 지적을 이 코너에서 누누이 강조해왔다.

경전·고전, 정서적으로 맞닿아야
주제에 관련한 공감·즐거움 가능

이를테면, 독일 시인 쉴러는 “친구는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해 준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사람의 신체에 사는 하나의 영혼”이라고 했고, 괴테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의 팔 가운데서 휴식처를 구하고자 한다. 그곳에서라면 슬픔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탈무드에는 “그대의 친구가 그대에게 벌꿀처럼 달더라도 모두 핥아버리면 안 된다”라는 구절이 있고,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취미는 바꾸더라도 친구는 바꾸지 말라”고도 했다.

막역지우(莫逆之友), 즉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르는 일 없이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벗’, 연관어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죽마고우, 관포지교, 초록동색 등 사자성어도 곁들여준다면 설법 이해도를 높이고 청소년들에게 추억까지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전과 시 구절이 등장했을 때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 구절도 경전의 난이도와 스토리 제한성을 상쇄시키고 남는다. 경전을 일상의 시 문장과 대비하면 암송하기가 좋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조계종이 배포한 청소년 설법자료는 다시 결론에서 한 가지씩 소원을 세우고 새 학기 기념으로 108배와 30분 이상 좌선의 실천을 권유했다. 이를 실행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고 새 학기를 당당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주제를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로 정해 ‘출요경’을 인용했다. “진정한 성현의 제자들은 믿음의 뿌리가 튼튼하여 한결같이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고 삼보를 공경해 받들기 때문에 부처님 제자라 부를 수 있느니라. 우리 사회에는 올바른 진리관, 인생관, 도덕관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다행히 여러분은 청소년시절부터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 올바른 불자로서 살 수 있는 귀한 인연을 얻었습니다. 이제 부처님 가르침에 확실한 믿음과 그 믿음을 지켜줄 끊임없는 수행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을 인용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새 학기를 맞은 청소년들에게 아주 시의적절한 인용이다. 굵고 짧지만 전달효과가 강렬하고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명문장이라서 자부심을 갖고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청소년들 역시 복잡다단한 오늘을 살아간다. 그들에게도 삶의 환경이 만만치 않다. 이런 사실을 주지시킨 후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수행하며 살아가자”고 일러준다. 그런 가르침이 경전에 있고 그 가르침은 시공간을 초월해 활용할 수 있는 지혜들이 가득하다고 일러준다. 마지막 설법 스토리는 이렇게 갈무리됐다.

“이번 기회에 청소년 여러분들도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어떤 환경에도 우리의 믿음과 목표를 지켜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지혜를 쌓아 갑시다. 준비된 사람은 여유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수행법으로 자신의 생활을 지켜나가는 여러분은 어떤 고난이나 유혹이 있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음 만남에서 수행을 잘 지킨 자신을 마음껏 자랑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성불합시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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