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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기증하려던 스님의 절망

  • 기자칼럼
  • 입력 2016.09.12 11:40
  • 수정 2016.09.14 13:30
  • 댓글 1

A스님과 B스님은 절친한 도반이다. 세속 나이로 11살 차이에 출신지역, 학벌, 문중도 모두 다르지만 출가 후 중앙승가대에서 4년간 동기로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중앙승가대 졸업 후 A스님이 간세포암종으로 수술을 했을 때도 B스님은 곁에 머물러 간병을 도맡았다. 이후 B스님은 군대에 입대했고, A스님은 그동안 4차례나 재발한 종양으로 투병 생활을 지속했다.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무렵 B스님이 제대를 했다. 구족계 수계산림에 앞서 A스님을 찾아온 B스님은 사연을 듣고는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확고한 의지였다. 사양하던 A스님도 결국 감사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1차 검사에서 이식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절친한 도반을 위해 간기증을 한 훈훈한 사연이 될 뻔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통념에 근거해 두 스님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현행법 상 혈연이 아닌 경우 도덕적·사회적으로 적절한 관계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기증을 허용한다. 병원 윤리위원회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철저한 심의는 장기매매 및 대가성 기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부처님 법으로 맺어진 승가공동체 속 ‘도반’의 관계를 ‘사회적으로 적절한 관계’인 친구로 입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이가 10년 이상 차이 나는데다 중앙승가대에서 4년간 함께 지낸 인연 외에는 출신지역이나 조직 활동 등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류는 윤리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사회복지사의 손에 머물렀다.

B스님이 군대에 있는 동안 서로 연락이 없었던 점도 문제였다. 절집에서야 바랑 메고 나선 스님과 연락이 두절되는 것이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군대 간 친구와 편지 한통 교류가 없었던 것이 친분관계의 중단으로 비춰졌다. B스님이 간 기증을 위해 재적사찰의 본사로 들어갈 계획을 미룬 것도 문제가 됐다. 사회적 잣대에선 B스님은 직업도 없고 거주지도 불분명한 사람이었다. 

스님이라는 종교적 신분에서 오는 특수성이 외려 사회통념상 경제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는 요소이자 대가성 기증 가능성을 의심케하는 요인이 돼버린 셈이다.

▲ 송지희 기자
도반을 위해 마음을 낸 스님과 어렵게 그 마음을 받아들인 스님은 현재 막막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서로에겐 출가 후 인연이 얕아진 속가 가족보다 더 친밀한 사이임에도, 사회통념 속에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이 자료가 없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연은 두 스님을 안타까워한 여러 스님들의 인연을 타고 조계종 승려복지회로 전해졌다. 승려복지회 관계자는 “종교적 특성에서 비롯된 불교집안의 문화와 승가공동체로 이어진 스님들의 관계를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승려복지회 차원에서 공문 등을 통해 스님들의 관계 증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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