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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가는 행복 여정

기자명 원빈 스님

요즘은 저가 항공권이 많아서 직항을 타게 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에 만행을 떠날 때는 경유하는 노선을 탔습니다. 베트남 공항에서 경유를 하기 위해선 10시간에서 20시간 정도 비행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공항의 구석구석을 외우게 됩니다.

한 생각 일으켜 방향 틀면
수년 간 노력 공덕 잃게 돼
윤회계 끝까지 하는 게 수행
조바심 빠지는 것 경계해야

베트남 공항에는 별 모양 간판을 하고 있는 커피숍이 있는데 그곳 의자가 가장 편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글도 쓰고, 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한참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다 심심하면 바로 앞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곤 했는데 그때 봤던 침향나무 염주 가격이 아주 비싸서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그 조그만 염주 하나 가격이 컴퓨터보다 더 비쌌으니 인상이 깊을 만도 하지요.

요즘도 이렇게 침향나무는 가격이 참 비쌉니다. 예전에도 그 비싼 가격은 마찬가지였을 텐데요. 백유경 22번째 비유에는 이 향나무와 관련된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한 어리석은 아버지에게 건실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들은 큰돈을 벌 목적으로 바다를 건너 수년에 걸쳐 비싼 향나무를 구했습니다. 태풍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향나무를 가지고 귀국한 아들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리석은 아버지는 아들이 구해왔다는 비싼 나무를 팔기 위해 시장으로 나갔습니다. 조그만 나무 하나에 비단 가격만큼 비싼 값을 부르며 사람들에게 흥정을 해보았지만 시장 사람들은 모두 외면하고 지나갔습니다. 결국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버지는 향나무를 조금도 팔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대체 이 비싸고 좋은 향나무가 왜 안 팔리는지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아들이 이 향나무가 비싸다고 말한 것이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시장의 한 장사꾼을 보고는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한 장사꾼이 나무를 숯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었는데 시장에 내놓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아버지는 자신을 지혜롭다고 생각하며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향나무를 모두 태워 숯으로 만든 것이죠. 그리고는 그 숯을 전부 헐값으로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렇게 아들이 몇 년간의 목숨을 건 고생은 한순간 연기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행복문화연구소에서는 기존의 불자들보다는 처음 불교를 접하는 초보 불자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연령대도 역시 대체로 젊죠. 이런 젊은 초보 불자들은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불교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가르침을 갈구하는 그들에게 저는 묻습니다.

“빨리 성취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배우실래요? 오래 걸리지만 크게 성취할 수 있는 행복을 배우실래요?"

젊은 패기 때문인지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젊음의 열정으로 공부와 수행을 시작합니다. 1개월, 반년, 1년, 3년 등의 시간을 보내면서 열심히 수행하던 그들은 점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스님, 그런데 정말 부처님 되는 것이 가능한가요?"

젊음의 한 면이 열정이라면 다른 한 면은 조바심이 될 수 있기에 얼마든지 그들을 이해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조바심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조바심에 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조바심에 지는 순간 향나무를 숯으로 태워버리는 결정을 하기 때문이죠.

“스님, 그냥 해탈 말고, 복을 쌓아서 돈을 좀 벌면 안 될까요."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한 생각을 일으켜 자신의 인생 방향을 틀어버리면 그동안 수년간 노력해 얻어낸 향나무 공덕을 태워 숯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숯으로 돈 조금, 명예 조금을 얻게 되는 것이죠. 조바심을 내지 말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해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그 귀중한 수행 공덕을 겨우 돈, 명예 조금과 바꾸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어리석음 아닐까요?

불자들은 행복의 여정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차피 인생을 걸고 하는 수행입니다. 어차피 윤회계가 끝날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정진에 대한 열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조바심에 빠지는 모습은 경계해야 합니다. 열정과 조바심 사이의 줄타기를 오늘도 저는 연습합니다.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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