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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절실한 미덕, ‘온화함과 관용’

기자명 이병두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이하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다른 책들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역사를 넓게 보는 시각’을 갖게 해주는 데에다 ‘툭툭 치고 가는 듯한’ 저자의 글쓰기 방식도 내 마음에 꼭 맞아서 책 읽는 맛을 훨씬 더해준다.

그에 따르면, 이제까지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는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는 성별(性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으며,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잃을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역사를 통틀어 남성들은 오로지 남들에게서 ‘그는 진짜 남자야’란 말을 듣기 위해서 기꺼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거나 심지어 목숨을 바쳐왔다”는 것이다. 내 짧은 인생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동서고금의 숱한 남자들이 오로지 ‘진짜 남자!’라는 그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 아니 최소한 ‘저 놈은 여자 같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얼마나 많은 애를 쓰고 고통을 겪었을까 짐작이 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통령은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 나는 여론 같은 것 따위에는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며 짐짓 ‘강한 척’ 하느라 자신을 힘들게 할뿐 아니라 온 국민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과정에서 숱한 문제가 드러난 인사들을 국무위원으로 고집스럽게 임명하고, ‘비리(非理) 백화점’이라는 세간의 평을 듣고 있는 참모들을 끝까지 끌어안고 있다. 그뿐인가. 그 고집에 사로잡혀서 취임 후 두 차례나 ‘월남 패망’이라는 말을 써서 자칫하면 아주 큰 외교 마찰을 일으킬 뻔 하더니 심지어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뤼순(旅順)감옥에서 순국하신 안중근 의사를 9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하는 큰 잘못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극우 세력이 밀어붙이는 대로 ‘상해임시정부’의 존재를 무시한 채 ‘건국절(建國節)’을 강조하다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한 마디 듣는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덩치 큰 황소처럼 보이게 하려고 배를 한껏 부풀리다가 결국 배가 터져 죽고 말았다’는 ‘이솝우화’의 개구리가 떠오르는 것이 나만의 기우일까. ‘대통령이 이제라도 그 강한 척 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온 나라가 더욱 힘들어질 게 확실’해 보이지만, 그 고집스런 태도를 바꾸면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과 수구 세력이 싫어하게 될 뿐 환영의 박수가 나라 안과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가 뚫릴 뿐 아니라 국내 정치와 경제상황이 정상화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활기가 넘치게 될 것이며, 나라 밖에서도 대한민국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보통 승리의 열쇠는 본국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해외에서 동맹국을 구하고, 다른 사람들(특히 적군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야수는 전쟁 지휘관으로서 최악일 때가 많다. 그보다는 유화정책을 쓸 줄 알고, 사람들을 조작할 줄 알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줄 아는 협동적인 인물이 훨씬 낫다.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이런 특징들을 갖추고 있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군사적으로 무능했지만 안정적인 제국 체제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였는데, “역사가들은 그가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온화함과 관용이라는 미덕 덕분이었다고 해석하곤 한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해주는 이야기이다.

불교에서는 화안(和顔)과 애어(愛語)라는 말을 즐겨 쓴다. 대통령이 늘 ‘미소 띤 얼굴 표정’을 보이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말’을 자주 쓰게 되면, 국민들도 그를 따라 서로 이해하고 존경·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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