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간화선풍 되살린 선지식 진면목
한국 전통 간화선풍 되살린 선지식 진면목
  • 김형규 대표
  • 승인 2016.09.12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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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 / 박부영 지음 / 불교신문사

▲ ‘금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
한국불교는 임제 스님의 법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조계종 또한 종단의 뿌리를 임제 스님에게서 찾고 있다. 스님들이 입적해 축원할 때 “황매산 아래에서 스스로 부처님과 조사들의 심인(心印)을 전해 받고 임제 스님 문중에서 영원한 인천의 안목이 되어주소서”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 점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제 스님의 수행과 깨달음이 조명 받을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스님이 있다. 보화 스님이다.

불교 중흥조 경허 스님 법 이어
근현대 우리곁에 오신 선지식
불교 정화에 혼신의 힘 다하고
선불교 선양 위해 평생을 헌신


임제 스님의 절친한 도반이기도 했던 보화 스님은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이라”는 파격의 대명사인 임제 스님마저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린 수행의 사표였다. ‘임제록’에 흔적으로 남은 기록만으로도 보화 스님의 삶은 깨달음 그 자체였다. 진리를 벗어난 어떤 것과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보화 스님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임제록’을 통해 흔적만을 확인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스스로 어떤 글도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현대 한국불교에도 보화 스님 같은 분이 있다. 암흑기 한국불교 근현대에 우리 곁에 오셨던 금오 스님이다. 금오 스님은 평생을 오로지 선불교의 선양을 위해 살았다. 한국선의 중흥조인 경허 스님의 법이 만공 스님으로, 다시 제자 보월 스님으로, 그리고 금오 스님으로 흘렀다. 스님은 일제강점기 45년 동안의 암흑을 걷어내기 위해 불교정화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정화 초기에는 조계종 부종정과 감찰원장을 맡아 혼탁해진 불교전통과 체계를 바로잡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곧 중앙을 떠나 지방을 돌며 비구승들이 절차탁마하는 수행공동체, 즉 총림의 복원에 힘썼다. 가는 곳마다 선원을 세우고 정진과 노동, 참선으로 참 수행자의 길을 제시했다. 오늘날 봉은사, 법주사, 화엄사, 동화사, 청계사가 한국불교 수행과 정진의 중심 사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스님의 이런 노력 덕분이다.

 
▲ 금오 스님의 제자인 월서 스님은 “스님의 삶은 정화의 맑은 기운과 수행에 대한 치열함을 잃어버린 한국불교에 커다란 죽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금오 스님 진영(위)과 금오 스님이 정진했던 금강산 마하연(아래).

그러나 금오 스님은 곧 잊혔다. 스님은 거의 글을 남기지 않았다. 오로지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평생 나그네에게 짚신을 만들어 나눠졌던 수월 스님처럼 덕숭문중의 가풍이 그랬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종단 내부에 있었다. 종권에 관심을 갖는 스님들이 늘어나면서 금오 스님의 정화를 위한 고단한 노력과 청량한 수행정신을 되돌아보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금오 스님은 다시 세간의 기억 속으로 돌아왔다. 금오 스님을 평생 시봉했던 월서(법주사 조실, 원로의원) 스님이 금오선수행연구원을 설립, 흩여져 있던 스승의 삶과 사상, 가르침을 한데 모아 ‘금오 스님과 불교정화운동’1·2권을 펴냈다. 또 동국대 종학연구소와 함께 금오 스님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책은 2014년 불교신문에 연재한 것을 올해 금오 스님 탄신 120주년을 기념해 대중서적의 형식으로 펴낸 것이다. 월서 스님은 “금오 스님은 첫째도 참선, 둘째도 참선, 셋째도 참선이라고 강조했다”며 “스님의 삶은 정화의 맑은 기운과 수행에 대한 치열함을 잃어버린 한국불교에 커다란 죽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제록’의 보화 스님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던 금오 스님의 오롯한 수행의 결기가 한권의 책으로 되살아났다. 책은 출가에서 입적 때까지의 참 수행자의 길을 걸었던 금오 스님의 삶이 꿈처럼 그려져 있다. 특히 경봉 스님, 향곡 스님, 월산 스님 등 큰스님들이 남긴 금오 스님에 대한 찬(贊) 또한 흥미롭다. 근현대 굴곡진 시대를 묵묵히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 불퇴전의 수행정신으로 살아왔던 금오 스님의 향훈을 뒤늦게 함께 할 수 있음이 한국불교의 복이다. 1만8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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