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화일로 동북아 정세, 우리에게 필요한 건

  • 기자칼럼
  • 입력 2016.09.26 11:13
  • 수정 2016.09.26 11:14
  • 댓글 0

일본인 최초로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후세 다츠지 변호사의 63주기 추모식이 9월13일 군산 동국사에서 열렸다. 후세 다츠지 변호사는 일제강점 당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몇 안 되는 일본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변호사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조선인들을 변론하는가 하면, 신문에 학살을 사죄하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랑에서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향한 신념, 그리고 그것을 지키겠다는 양심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운쇼지 주지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추모사에서 “후세 선생님의 양심과 인권사상을 이어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는 데 정진할 것”이라고 발원했다. 사람은 갔지만 뜻은 남아 반백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후세 다츠지 변호사의 뜻을 더욱 깊이 새겨봐야 하는 것은 동북아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은 8월24일 느닷없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주변국을 놀라게 했으며 9월5일에는 탄도미사일 3발을 일본해역에 떨어뜨렸고, 9월9일 5차 핵실험을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이 자위대 해외 파견법(국제평화유지법)을 제정하면서 불거진 군국주의 회귀 논란까지, 동북아 정세는 그야말로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또한 9월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한일정부 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합의를 착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며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7일 라오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질 때 “정부 간 합의에는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 철거가 포함된다”며 “소녀상 철거 문제를 포함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소녀상 옆에 ‘소녀상 지킴이 농성단’을 조직, 밤샘 농성을 이어가며 일본을 규탄하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에 짙은 생채기를 남겼던 과거 역사가 위기의 동북아 정세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다시 한 번 해당 국가들에 짙은 생채기를 남기며 미래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 신용훈 기자
이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해지는 만큼, 후세 다츠지 변호사의 평화를 향한 헌신과 양심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화해와 평화로 공존하는 세상을 꿈꿨던 그가 이런 상황을 다시금 목도한다면 어떤 이야기와 행동을 하게 될까. “후세 선생님의 양심과 인권사상을 이어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정진하겠다”는 이치노헤 쇼코 스님, 그리고 후세 다츠지 변호사를 위한 추모제를 봉행토록 한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과 같은 이들이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마다 그만큼의 화해와 평화가 우리 곁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