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행은 번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힘”

  • 불서
  • 입력 2016.09.26 11:25
  • 수정 2016.09.26 13:25
  • 댓글 1

금강경 해설서 ‘돌이키는 힘’ 펴낸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서광 스님

▲ '돌이키는 힘'
팔만대장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불교 경전. ‘금강경’은 수많은 경전 중에서도 유독 특별하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으로 한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 중 하나다. 특히 ‘금강경’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불경의 독자층 범주를 훌쩍 넘어선다. 지금까지 나온 ‘금강경’ 해설서가 380여종이고, 현재 유통되는 ‘금강경’도 200여종에 이른다. 저자도 각양각색이다. 스님은 물론 학자, 소설가, 시인, 목사, 변호사, 판사, NGO활동가, 명상가, 경제인 등이 ‘금강경’ 해설서를 쓰는가 하면 ‘금강경’을 독송하고 공부하는 수행단체와 인터넷 카페도 여럿이다.

금강경은 자비 강조한 경전
타인 도울 때 완전한 깨달음
자신부터 깨닫겠다는 건 잘못
감사와 용서의 마음이 수행

‘돌이키는 힘’ 역시 ‘금강경’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기존의 숱한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지닌다. ‘치유하는 금강경 읽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금강경’을 심리학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금강경’의 내용이 마음치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청도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종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초월심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한 심리학자이며 명상지도자이기도 하다. “금강경의 핵심은 자비”라고 강조하는 저자를 만나 ‘금강경’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저자인 서광 스님은 ‘금강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사람들이 실제 삶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금강경’이란 어떤 경전인가?
“세상의 온갖 고통, 탐욕, 화, 갈등, 번뇌 등 문제를 가장 근원적으로 치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편이 자비임을 밝힌 경전이다.”

▲‘금강경’ 해설서를 쓴 이유는?
“열심히 산다고 살아도 삶이 팍팍하고 불안해하는 이들의 필요에 맞게 경전을 활용해보려 했다. 이 책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깊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경전 읽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이키는 힘’이란 무엇인가?
“수행은 고통이나 무엇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애를 쓰거나 그 고통을 없애려고 하면 그만큼 더 괴로워진다. 반면 고통에 무작정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고통은 줄어든다. ‘번뇌가 바로 깨달음’이라는 말은 번뇌를 제거하고 어디서 따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를 번뇌인 줄 알아차리고 그 자체를 지혜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치유의 과정이며, ‘돌이키는 힘’이다.”

▲치유적 관점에서 ‘금강경’을 본다는 의미는?
“경전 읽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다. 이는 ‘금강경’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삶의 문제와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데 어떤 지혜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경전은 읽는 바람직한 방법이 있다면?
“어떤 분야의 것이든 제대로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겠다는 마음 자세로 공부할 때 효과적이다. 더욱이 불법을 배울 때는 가슴을 열고 우리 자신의 경험과 삶에 불법을 직접 비추어보면서 느껴야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련 기억을 떠올리면서 깊은 공감, 울림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가르칠 때 그들의 공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

▲깨달음을 무엇이라 보나?
“흔히 수행이라고 하면 진리를 깨닫고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미 친절하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해주셨다. 그러므로 새삼스레 우리 자신에 대해 뭔가를 깨닫고 발견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와 ‘우리’의 실체가 무상하고 무아이며 공하다는 정답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그냥 일상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무상과 무아와 공성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면 된다.”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금강경’에 나오듯 보시를 하는 마음 자세에 네 가지 집착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네 가지 집착을 제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보시라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의도나 목적, 과정이나 방법, 결과 등에 어떤 형태로든 이 네 가지 집착이 개입하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순간순간 일으키는 우리의 모든 정신적 육체적 행위 가운데서 이 네 가지 집착을 알아차리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행이라는 말이다.”

▲‘금강경’의 핵심을 왜 ‘자타일시성불도’라고 했나?
“흔히 수행은 자신이 먼저 깨닫고 남을 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자타일시성불도는 나만 성불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시에 성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자의 성장과 행복을 돕는 과정을 통해서만 완전한 깨달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타일시성불도’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것인가?
“우선은 감사하는 태도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맑은 공기, 햇빛, 깨끗한 물, 나무들, 그리고 이런저런 역할로 우리의 의식주를 돕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서로 연기적 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진정한 지혜수행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이 있나?
“용서다. 감사하는 마음이 지혜수행이라면 용서하는 마음은 자비수행이다. 자신이든 타자든 용서를 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을 수용하거나 타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타자를 향한 비난이나 원망, 미움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삶을 파괴와 불행으로 이끌기 때문에 용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친절함과 자비를 베푸는 수행이다. 또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자기 비난을 멈추는 길이고, 결국 타자를 향한 친절과 연결되기 때문에 결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전자는 자칫 갈망과 불만족을 유발하지만 후자는 안전감과 유능감을 제공할뿐더러 훨씬 더 존재의 가치와 행복을 더해준다. 이제 수행은 그 자체가 기쁨과 감사함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금강경’은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수행의 길을 일러주는 참으로 보배로운 경전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