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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내를 절에 다니게 할까요?

기자명 법륜 스님

저는 은행에서 22년 일하다가 퇴직했습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게 되니 동문회도 나가지 않게 되고 사람을 기피하게 됩니다. 결혼한 지 30년 되었는데, 저는 불교신자이고 아내는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아내도 내 종교로 동화를 못 시킨 것이 한심하고, ‘이거 하나도 해결 못 하는 놈이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절에 다니게 할까요?

다름 인정해야 참 불자
집안일 스스로 해결하며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관심 가져

질문자가 지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 부인한테 존경을 못 받아서 우울한 건 사실이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아내에게 시비하지 말아야 하고, 설령 아내가 시비를 걸더라도 질문자가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직장 다니며 돈 벌 때는 아내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아내는 싫지만 돈을 벌어다주니까 심부름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직장도 그만두고 돈도 못 버는데 아내한테 시키기만 하니 아내가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불자라면 내일 아침부터 부인보다 일찍 일어나서 앞치마 두르고 아침밥을 하세요. 늦게 일어났으면 설거지라도 하고, 자기 방이라도 깨끗하게 청소하세요. 아내에게 차를 끓여다 주면서, “여보, 내가 그 동안 직장생활 한다고 궂은일은 다 당신이 해줬으니 이제 가만히 쉬어. 내가 다 할게.” 이렇게 딱 한 생각을 바꿔야 됩니다. 그러면 돈을 벌어오지 않아도 신혼살림처럼 좋아집니다. 그게 절에 제대로 다니는 불자입니다.

명상한다고 앉아있지만 말고, 절한다고 애쓰지 말고, 밥하고 설거지하면 운동이 되고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항상 자기 생활을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주는 밥 먹는 것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면 정신이 건강해집니다.

남자가 빨리 죽는 이유도 해주는 밥 먹어서 그렇습니다. 그 동안은 돈 벌어줬는데 지금 돈 못 번다고 아내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탁 숙여버리면 기분도 굉장히 좋아지고, 생기가 돌고 가정도 화목하여 직장 없어도 밖에 나가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내 삶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이게 불법입니다.

아내가 간을 싱겁게 하면 간도 못 맞춘다고 구박할 것이 아니라, 간장을 가져와서 내 국에만 더 넣어 간을 맞춰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고, 30년 살았는데 아내가 내 입맛도 하나 못 맞추게 하는 게 살아서 뭐하나’ 이런 생각을 안 하게 됩니다. 남의 입맛은 맞추기가 어렵지만 내가 내 입맛을 맞추는 아주 것은 쉽습니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각각의 생각이 서로 다르고, 각각의 종교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이것을 깨달았으면 아내가 교회에 다녀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합니다. 교회에서 아내도 ‘네 남편도 하나 구제 못 하는 게 무슨 기독교인이냐?’ 이런 압력을 끊임없이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내가 나에게 기독교인이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질문자가 못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절에만 다니지 불교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진짜 불자라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는 게 평화로 가는 첩경입니다. 내 마음의 평화가 두 사람 사이의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이게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불법을 잘못 공부해서 생긴 번뇌입니다.

법에 귀의해서 생활을 하면, 아이들의 눈에 아버지가 더 포용력 있고 사는 모양이 더 좋아 보이게 됩니다. 지금 교회에 다녀도 속으로는 불교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집니다. 그것이 진정한 교화입니다. 절에 오고 안오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불교를 대결적으로 보지 마세요. 부처님은 싸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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