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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식 부산불교실업인회 총무부장-하

미소 공양이 스스로 부여한 소임

 
침묵의 시간을 몇 년간 보내야 했다. 불교활동가 활동은 끝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월도 잊은 채 지내던 중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창립 초 실무를 맡았던 부산불교실업인회 소속  임원진으로부터 다시 일을 맡아보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부산불교실업인회는 회원들 뜻을 모아 부산 중심가인 서면의 한 건물을 인수해 회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관 제일 꼭대기인 4층에 부산불교실업인회 전용법당 묘광선원을 불사하고 막 개원한 시기였다. 여법하게 조성된 법당을 관리하고 건물 내 사무실을 사용하는 각 단체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실무도 함께 맡아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불교실업인회 ‘20년사’ 발간
비영리법인 설립에 큰 기쁨

두려움이 앞섰다.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단체라는 게 부담스러웠다. 이곳에서 처음 일하던 초발심을 떠올렸다. 첫 입사를 준비하는 새내기 마음으로 돌아갔다. 부산불교실업인회 총무부장으로 문을 열었다. 매일 법당을 청소하고 사시예불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보다 해야 할 업무가 훨씬 많음을 직감했다. 이곳에서 기도는 조금 다른 방식이어야 했다. 물론 법당 관리와 신행 공간 조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했다. 무엇보다 부산불교실업인회는 내실을 다지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부처님 가르침을 기업의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회원들 삶 속에 부처님을 더 진하게 새겨 넣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침 부산불교실업인회 20주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신행단체의 역사를 조명하는 ‘20년사’ 발간에 뜻이 모였다. 창립 초기 역사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되짚기 위한 책이었다. 부산불교교육대학 재직 당시 회보를 만들던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김윤환 회장님과 여러 편찬위원 그리고 회원 한 분 한 분의 진심어린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수소문해 어렵사리 찾은 사진들은 실무자인 내가 봐도 뿌듯했으니 이 책을 마주하는 회원들의 마음은 아마 훨씬 더 환희심으로 충만했을 것이다.

▲ 부산불교실업인회 2016년 송광사 수련법회서 회원들과 함께.

‘20년사’ 제작으로 모인 동력을 바탕으로 항상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되던 법인 설립의 건이 제안됐다. 사실 2010년 이후 비영리단체 법인 설립은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로워졌지만 잠시 일하던 회사에서 법인 설립의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던지라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느낀 사실은 부산불교실업인회 정도라면 법인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20주년을 보낸 2년 뒤인 2012년, 사단법인 승인이 나왔다. 그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시작하는 마음, 그것이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였다.

어느덧 2016년도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매년 두 차례의 순례를 기획하고 실업인회와 인연이 깊은 일념장학회 관리 등 어떤 날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삶에 열정을 다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는 회원분들 열정을 떠올리면 어떤 업무도 소홀할 수 없다.

오늘도 회관을 돌아본다.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그들에게 나는 법당지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내가 곧 불교의 얼굴이나 다름이 없다. 찡그린 표정 한번이 불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미소 한번이 ‘불교인들이 운영하는 건물에 오니 참 푸근하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향해 미소 짓고,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축원을 수행으로 삼고 있다. 

불교활동가라고 호칭하기에는 나이가 제법 들었다. 미력하나마 남은 원력이 있다면 부산불교실업인회에서 모두 쏟아내고 부처님의 참모 소임을 회향하고 싶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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