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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계종 서산시주지협의회

지역사회와 공존·상생 위한 묵직한 행보 ‘눈길’

▲ 서산시주지협의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 가장 핵심으로 꼽는 사업은 바로 나눔이다. 사진은 자비의 쌀 전달식 모습.

조계종 서산시주지협의회(회장 도신 스님, 서광사 주지)는 마치 바다와 같다. 각 사찰, 각 스님들의 개성이 강한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주지협의회라는 큰 바다 속에서 하나로 이어져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파도를 만들어낸다.

기독교세 두터운 서산지역서
편향은 견제…상생 방안 고심
“갈등보다는 화합 우선돼야”
부석사 불상 반환·나눔 활동 등
지역불교 현안·회향엔 ‘한마음’

각 사찰에서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들 지역불교를 대표하는 ‘주지협의회’란 상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에서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서산시주지협의회가 소속 사찰 각각의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공식활동에 대해서는 진중하고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매월 정기모임을 하며 현안을 나누고 교류하는 것은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정기모임을 통해 각 사찰의 목소리를 나누고 이 가운데 함께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뜻을 모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3년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반환문제다. 당시 이 불상은 일본 관음사 소장 중 도난당해 국내로 반입하려던 일당이 적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불상이 부석사에서 조성된 불상으로 확인됐고 과거 일본으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불법 약탈로 인한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산시주지협의회는 즉각 대처에 나섰다. 성명을 내고 “도난범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되 불상은 과거 유출 경로가 밝혀질 때까지 일본에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산시주지협의회의 즉각적인 행보는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해 소속 사찰간 긴밀한 교류가 이뤄져 왔기에 가능했다.

도신 스님은 서산시주지협회장으로서 ‘서산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에 동참해 일본 대마도에서 부석사 불상의 반환불가 입장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데 직접 나섰다. 협의회 차원에서 부석사가 제기한 불상 환수를 위한 인도청구 소송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재판을 참관하는 등 힘을 보태기도 했다. 개별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불교, 나아가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에 있어 중대한 현안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활동이다. 이에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도 “불상과 관련해 지금까지 3차례 공판이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서산시주지협의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산시주지협의회의 활동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해미읍성’에서 봉행되는 연등축제도 눈에 띈다. 지난 2015년 서산시주지협의회는 봉축행사를 서산시청에서 봉행해오던 오랜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해미읍성에서 연등축제를 진행했다.

일부 스님의 확고한 주장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연등축제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지역불교 차원에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시청은 지역사회 정책과 시스템의 중심이자, 지역사회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공간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 불교계가 부처님오신날이면 각 지역의 시청광장에서 봉축행사를 봉행하는 이유 역시 이를 통해 불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산시청이 아닌 해미읍성에서 봉축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해미읍성은 과거 가톨릭 신부들의 순교지로, 지역 가톨릭교구가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자칫 해미읍성 연등축제가 이웃종교와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중한 논의 끝에 서산시주지협의회는 봉축행사 장소를 해미읍성으로 변경키로 뜻을 모았다. 해미읍성이 지닌 사적지로서의 의미, 그 역사 속에서 불교가 함께 호흡해 왔음을 알리는 ‘대의’에 무게를 둔 결론이었다. 주지협의회는 해미읍성 연등축제가 불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간 화합을 염원하는 법석’임을 명확히 했다. 본래의 취지대로 이웃종교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사회 공존과 상생을 위한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 역시 서산시주지협의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웃종교와의 공존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사업은 단연 ‘나눔’이다. 이를 위해 주지협의회는 매년 연말 지역 내 소외이웃을 위한 자비의 쌀 전달을 이어오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소속 사찰들이 마음을 모아 바자회도 연다. 지역 불자들이 바자회를 통해 십시일반 모은 정성은 지역 보육원 등에 전달해 오고 있다. 도신 스님은 “나눔활동은 지역불교계가 지역사회 공동체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산=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지역사회 화합 위한 불교 역할 확대 과제”

서산시주지협회장 도신 스님

 
서산시주지협회장 도신<사진> 스님은 사암연합회로 활동하던 시점부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회장 소임을 맡아오고 있다. 기나긴 세월 지역불교계를 이끌어 온 만큼 주지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도출한 결론은 결국 공존과 상생으로 귀결된다. 지역불교계는 종교이면서도,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지역민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각종 현안에 대해 불교계 이권을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지역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도신 스님은 “강한 비판보다는 대안을 모색하고, 공격적인 입장 표명을 통해 갈등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보다 신중하고 평화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세가 결과적으로 불교의 위상을 높인다고 생각한다”며 “불교 현안 해결을 위해 우리의 입장만을 외치는 것보다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산시주지협의회가 안고 있는 고민이자 매순간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하다.

도신 스님에 따르면 서산시는 가톨릭 성지화 사업과 개신교 성시화 운동이 대단히 활성화된 지역이다. 때문에 종교편향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화합을 깨거나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의를 설정하고 적정선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신 스님은 “해미읍성 연등축제를 계기로 진정 이웃종교와 함께하는 법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지역사회 내 역할을 모색하고 각각의 현안에 대해 대응하는 기준을 도출하는 것도 주지협의회가 일궈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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