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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감동으로 그려낸 비구니 거장의 궤적

  • 불서
  • 입력 2016.09.26 17:00
  • 수정 2016.09.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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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의 큰 별 명성’ / 남지심 지음 / 불광출판사

▲ ‘구름 속의 큰 별 명성’
193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명성 스님은 1952년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성능 스님으로부터 전강 받았다. 1970년 운문사 강원 강사로 취임한 후 1977년부터 운문사 주지 겸 학장으로 주석, 2000여명이 넘는 졸업생과 16명의 전강제자를 두었다. 명성 스님은 운문사 회주 겸 승가대학원장으로 여전히 운문사를 지키고 있다. 거처를 옮긴 적도 없고 다른 사찰의 소임을 맡지도 않았다. 50여년의 가까운 세월을 호거산 운문사에 머물렀으니 명성 스님이 운문사인지, 운문사가 명성 스님인지. 아니, 그것을 굳이 구분하는 것조차 사족일 수 있다. 한 사람의 수행자가 도량과 하나 되고, 시대와 하나 되고, 역사와 하나 됐다. 그 행적이 한 사람의 일대기가 아닌 도량의 역사이자 시대의 기록인 이유다. 역사라 평가되는 까닭이다.

수행자·교육자·행정가 등
명성 스님 다양한 면모 조명
드라마틱 여정 한 권 책으로

‘구름 속의 큰 별 명성’은 청도 운문사를 한국불교 대표 비구니교육도량으로 일궈 낸 명성 스님의 발자취다. 유발상좌로 30여년 스님을 가까이서 바라본 작가 남지심씨가 명성 스님의 행적을 소설로 꾸몄다.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다양한 자료들이 취합, 분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은 평전에 가깝다. 특히 수행자, 교육자, 행정가, 지도자 등 명성 스님의 다양한 면모가 다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소설이라는 대중적 형식을 통해 인물에 대한 심도 있는 조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전형으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명성 스님의 일대기 자체가 근현대의 한국불교사, 특히 비구니사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행적을 넘어선 근현대 한국불교의 한 축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 운문사 회주 겸 승가대학원장 명성 스님.

‘이제 두 제자에게 전강을 함으로써 기둥을 만들었다. 앞으로 수많은 비구니 강사들이 배출돼서 각각 가지와 잎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나무가득 꽃을 피우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열매를 세세생생 맺어갈 것이다. 1985년 운문사 강원에서 이루어진 제1차 전강식은 참으로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었다.’(238쪽)

폐허와 다름없던 운문사를 40여년 만에 세계적인 규모의 비구니승가대학으로 일신시키고, 선원, 율원을 갖춰 총림과 다름없는 위상을 갖추기까지 명성 스님이 쏟아 부은 노력은 장엄한 한 편의 서사시와도 같다. 그 힘겹고 드라마틱한 여정을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작가의 내공이 책의 감동을 더욱 묵직하게 전해준다.

‘명성 스님은 추운 겨울을 권선 순례로 보냈다. 그렇게 권선을 마치고 운문사로 돌아온 날 저녁, 명성 스님 입에서 어금니 두 개가 빠졌다. 이 사실을 누가 알까?’(253쪽)

곳곳에서 엿보이는 운문사승가대학 학인들의 모습은 활기발랄하면서도 때론 순수한 초발심이 열정과 가슴 찡한 도반애, 그리고 환희로운 신심으로 가득하기에 더욱 장엄하다.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 짓던 이야기, 사교반 집단 탈출 사건, 감 서리 갔다가 사달이 난 이야기, 간담을 서늘하게 한 화재 사건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승가대학의 에피소드는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가지 많은 나무처럼 바람 잘 날 없는 승가대학에서 매사에 철두철미하면서도 포근히 감싸주는 명성 스님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와 닮았기에 더욱 가슴 뭉클하다.

▲ 30여년 스님을 바라본 남자심 작가는 “스님에 대한 흠모를 담아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럼 그 스님은 어떻게 되지요?” 강주스님의 질문을 받은 반장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대중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문제스님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퇴출 후 그 스님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가면 그 스님은 공부를 못하게 되어요. 성격을 고치는 것도 공부이니 여기서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스님들이 도와주세요.”’(155쪽)

명성 스님에 대한 흠모의 마음을 담아 책을 집필한 남지심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존경할 수 있는 분을 만나는 일”이라며 “명성 스님과 함께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많은 독자들이 명성 스님을 만나는 행복을 누리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만7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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