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정목 스님 설법 노하우 ①
34. 정목 스님 설법 노하우 ①
  • 박상건 교수
  • 승인 2016.09.27 13: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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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효과적 활용…공감으로 아픔 치유

설법은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다. 사색과 명상을 통해 마음의 숲길을 거닐며 깨침으로 삶을 반추할 수 있다면 안성맞춤이고 금상첨화다.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 이미지로 다가서는 정목 스님. 주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최초 비구니DJ인 정목 스님은 경북 김천에서 출생해 열여섯 살 때 출가, 해인사 비구니가 됐다. 스님의 대중적인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서민들 세상에서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서민들의 이야기로 서민들의 고민을 풀어준다. 스님에게서 모성애를 느끼는 이유다. 정목 스님이 진행하는 불교방송의 ‘나무 아래 앉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시청자가 보낸 편지를 읽고 그 문장을 되새김질하면서 시 구절을 인용하고 부처님 말씀도 곁들이며 물 흐르듯 진행했다. 대본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갔다.

서민 마음 살펴 서민 얘기로 대화
함께 깊은 사색할 수 있도록 유도


“저희 절에 다니는 대학생이 어머니가 쓴 시집이라면서 보내왔는데요, 방송에서 널리 알려달라는 마음이 있었지 않겠어요?” 그 마음 어여삐 헤아려 어머니의 시 한편 나지막이 읊조렸다. 반사적으로 두 눈 지그시 감고 시의 오솔길을 동행했다. 프로듀서가 세세히 연출해도 힘들 정도로 방송 시간은 초 단위의 틈새마다 얼음장이 녹아 흐르는 물줄기처럼 감성적 이랑을 따라 흘렀다. 시간의 여행은 무명실 뽑듯 가지런히 가닥을 내가며 무심하게, 자연스럽게 흘렀다. 때로 아포리즘의 언어적 유희를 음미하게 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음악을 깔았다. 그렇게 스님과 시청자 사이의 강물은 한 바다가 되어 젖어들고 출렁였다.

그런 스님이 생각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학교에 입학해 성장하고 공부하는 그 자체란다. 그러니 이왕 인생학교에 입학했으면 잘 맺은 관계 속에서 배우며 살라한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면 건드릴 사람도 없고 부딪칠 일도 없지요. 관계 속에 있다 보면 나한테 누군가 싫은 소리를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면이 보일 때 한마디씩 하죠.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요.”

방송 제작과정처럼 내 뜻과 다른 사람의 뜻을 조율하는, 그렇게 화음을 맞추는 것이 인생이고 인생학교 관계라고 말한다. 정목 스님의 사상과 철학의 바탕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글쓰기는 한 사람의 마음을 정돈하는 여정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치유의 생명력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에 따라 영화로 재현되고 중요한 정책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 근간이 되기도 하고 병든 사람을 치유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의 콘텐츠는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다. 송신자는 그런 사례를 어떻게 발굴해 비유하면 수용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골몰한다. 독일 사상철학가 한나 아렌트는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철학적 문학적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대표적 사례가 정목 스님이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만 사람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두렵더라도 사람에게 부딪치면 파도타기를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다름 아닌 자신이 파도이면서 바다라는 것도 알게 될 거예요”(12쪽),  “욕망하는 것은 끌어당기는 힘이고, 저항하는 것은 밀어내는 힘이지요. 이 두 힘이 인연에 작용해 어떤 인연은 끌어당기고 어떤 인연은 내치지요. 그러나 두 힘 모두를 마음의 집착 없이 흘러가는 흐름에 맡기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죠. 마치 파도처럼, 인연도 자신의 의지로 만드는 한 폭의 풍경화입니다.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옵니다. 헤어짐 또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헤어집니다. 인연이 다했기 때문입니다.”(138-139쪽).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는 연기법을 구체적 생활밀착형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기에 공감의 폭이 넓다.

그렇게 불자들의 세상에서 함께 사색하고 이따금 지혜의 말씀을 버무릴 줄 아는 것이 정목 스님 전법의 매력이자 마력이다. 그래서 오늘도 대중과 경계 없는 세상에서 인연을 지속해 나갈 수가 있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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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2016-10-07 22:51:04
따봉정말 멋지다

관음 2016-10-05 08:46:52
아~좋아요
그렇죠 정목스님 글 좋아요
스토리텔링이 대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