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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교문화축제의 ‘화합과 상생’, 누구를 위함이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6.10.04 10:20
  • 수정 2016.10.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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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24일 전주, 익산, 완주, 김제, 진안 등지에서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진행됐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가 모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사실은 종교계뿐 아니라 온 국민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축제가 시작되자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숙한 운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종교 간 경쟁 분위기까지 표출되면서 화합과 상생의 모토를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대 종교 화합을 명목으로 특정 종교의 순례길에 국민 혈세를 사용하며 불교계를 들러리로 내세웠던 ‘세계순례대회’가 재현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전라북도는 2012년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 코스를 가톨릭 중심으로 지정하면서 종교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전북불교계 대부분의 유적과 유물들이 순례코스에서 누락됐던 것이다. 순례길 안내책자에서 전북 대표사찰 금산사와 송광사를 단순 숙박시설이나 출발지로만 표시한 점도 불교를 무시한 처사였다. 이에 대해 전북지역 불교계는 2012년 첫 번째 대회 이후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해 2014년 문을 닫고 말았다. 2015년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시작됐던 건, ‘세계순례대회’를 통해 불거진 특정종교 특혜 파문을 반성하며 진정한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올해 ‘세계종교문화축제’에 대해 이름만 바꾼 ‘세계순례대회’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이웃종교 돌아보기’ 순례가 과거 문제가 됐던 ‘아름다운순례길’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이다. 실제 지역 언론들은 ‘세계순례대회’가 ‘세계종교문화축제’로 명칭만 바꿨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순례코스에 포함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특정종교의 성지들을 ‘가장 아름다운 순례길’이라고 홍보했다. 관광객 확보가 목적이었겠지만, 그렇더라도 특정종교의 성지를 마치 4대 종교 화합의 현장인 것처럼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해 홍보했던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그나마도 ‘이웃종교 돌아보기’ 행사 당일, 몇 명 되지 않는 각 종교 대표자들만이 타종교 순례길을 걷고, 나머지는 자신의 종교 순례길 만을 걷는 이름뿐인 ‘이웃종교 돌아보기’가 되고 말았다.

▲ 신용훈 기자
‘세계순례대회’ 불참을 선언할 때 전북불교계는 종단과 승속을 막론하고 특정종교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힘을 합쳤으며 결국 종교편향적 행사를 없애도록 했다. 지난해 불교계가 주관한 ‘세계종교문화축제’의 프로그램에 순례 행사가 포함되지 않았던 건 그 연장선상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개신교계가 주관한 올해 축제에서는 지난해와 다르게 순례 행사가 포함됐으며, 게다가 축제 자체도 ‘아름다운순례길’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불교계가 1년 만에 다시 특정종교의 순례길에 들러리가 된 건 아닌지, ‘화합과 상생’을 찾아볼 수 없었던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의 축제 현장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boori13@beopbo.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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