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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교수, 불교 조롱 멸시 멈춰야”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6.10.04 14:00
  • 수정 2016.10.04 14:02
  • 댓글 0

특별기고-이제열 법사

 
법림선원을 이끌고 있는 이제열 재가법사가 9월27일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발언과 관련된 내용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불교 이론과 수행에 조예가 깊은 이제열 법사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전법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저서로 ‘완전한 깨달음’ ‘왕초보 금강경 박사되다’ ‘법수로 배우는 불교’ ‘유마경 대강론’ ‘수행자를 위한 금강경 대강좌’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 등이 있다.  편집자

우 교수는 지성이자 불자
‘갱단’‘빨대’시정잡배 언어
‘기독교인이자 불교인’모순
‘박쥐신앙관’ 비판받아

비난·조롱 반복 땐 상처
싸잡아 비판하는 것 비불교
순화된 언어 근거 제시 관건
변명보다 정중한 사과 도리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된 ‘쇼! 개불릭’에서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한국불교는 변태불교다.” “조계종단은 늘 약자의 등에 빨대 꽂고 돈만 보면서 산다.”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더는 제 역할을 못하고 단지 일부 승려들의 재산 증식 사업 장소로 전락했다.” “사찰들 이면을 보면 암흑가 갱단 같다.” “사찰의 주요자리를 두고 3천억, 5천억의 돈이 오간다.”

이러한 우 교수의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로는 표현방식이다. 우 교수는 대학교수라는 최고 지성인임과 동시에 지식인 불자라고 할 수 있다. 불교를 신봉하는 불자로서 종단이나 승단의 불합리한 행태가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변태불교’ ‘빨대’ ‘갱단’ 등 용어에서 그가 지성인이라거나 불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는 없다. 오히려 건달이나 시정잡배들이 술집에서 모여 쏟아내는 언어들에 가깝다. 우 교수는 한국불교와 승가 전체를 싸잡아 사이코 집단이나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모임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는 불자라면 경계해야 할 10가지 악업 중 악구(惡口)에 해당한다. 남을 험담하여 성내게 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 악구이기 때문이다. 우 교수 주장의 심각성은 비판의 강도와 대상에 있지 않다. 교수로서도 불자로서도 써서는 안 될 비속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자신이 속해 있는 교단의 구성원들을 싸잡아 시종일관 멸시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는 비판의 의도와 내용을 떠나 불자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불교적 행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팟캐스트는 그 속성상 즉흥적으로 말을 하기 쉽다. 그렇더라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하물며 인쇄물인 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 교수는 덕담도 아닌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 이러한 기본적 사실을 외면했다. 스님들이 주요 자리를 놓고 수천억 원씩 오간다거나 종무원들은 권승들의 ‘방패막이’ ‘홍위병’이라거나 일부 불미스런 사건을 두고 불교계 전체의 문제로 단정 지어 비판하고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은 비판의 수준을 넘어 모략에 가깝다.

비판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사실로써 확인되지 않은 일은 믿거나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한국불교가 변태라느니 조계종단은 늘 약자의 등에 빨대를 꽂는다는 등 전체를 싸잡아서 하는 발언은 입증하기도 어렵고 갈등만 부추긴다. 서울대 수의학과 일부 교수가 문제가 있었다고 하여 수의학과 교수들은 다 썩었다며 쓰레기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 교수는 불교계가 지닌 문제점을 지나치게 침소봉대하고 왜곡시키고 있다. 그것은 불법을 위하지도, 승단을 위하지도 못하고, 그저 악의적 비방에 그치기 쉽다.

세 번째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조계종이 다 썩었다고 하자. 이미 변태이고 약자의 등에 빨대를 꽂는 존재라고 규정한 그들에게 어떤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까. 혁명을 일으키듯 종단 집행부, 종회의원들, 지방의 권한 있는 스님들은 악의 축이기에 모두 쫓아내고 새로운 체제의 불교를 만들자는 것이 우 교수의 주장인가. 불자들의 봉기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적인 비판 방식은 다른 정당한 비판까지도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무엇보다 불자들의 신심을 크게 떨어뜨리고 불교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안 없는 비판은 비방전이나 폭로전으로 끝날 뿐이다. 소수의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인 결과는 미비하다. 불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도 실제적인 변화는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 우 교수가 그 동안 노골적인 비판을 통해 한국불교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궁금하다. 세계불교 역사상 재가불자들이 이런 식으로 승가를 비판한 사례는 없었다고 본다. 물론 한국불교의 청정성이 세계 불교에 견주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사실에 동감한다. 하지만 우 교수의 이러한 비방 폭로전은 전혀 성숙하지 못하다.

우 교수는 스스로를 ‘기독교인이자 불교인’이라고 소개했다. 우 교수가 정말 불자인지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오계를 수지한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차라리 신명을 버릴지언정 끝내 외도의 삿된 무리에게 귀의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부정이나 무시가 아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실천에 대한 약속이다. 그렇기에 신라 이차돈 성사가 불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으며, 수많은 구법승들도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구법의 길에 기꺼이 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우 교수는 불자로서의 기본적인 정체성마저 부정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박쥐신앙관’이라 비판 받을 만하다. 박쥐는 날아다니면 새고, 기어 다니면 쥐다. 그런 애매모호한 신앙관이 도대체 어디 있는가. 그러고도 불자들에게 자신의 비판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필자도 법답지 못한 스님들의 범계 행위에 대해서도 늘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많은 스님들이 전법과 중생제도를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필자 스스로 불교계 전반에 만연된 비법을 지적하고, 정법을 선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전체 스님들을 싸잡아 비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 교수에게 당부한다. 승단이 못 마땅하다고 하여 세상을 향해 확성기를 틀어놓고 비난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불교를 더욱 생채기 낼 뿐이다. 불교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모여 조롱하듯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좋게 바라볼 불자들은 많지 않다. 할 말이 있다면 정당한 근거와 불교적인 언어를 사용하라. 그러면서도 얼마든지 강렬하고 품위 있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소를 끌고 다니는 폭력적인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홀로라도 띠를 두르고 승단의 청정을 발원하며 108배를 하는 형태의 비판이 훨씬 불교적이고 강력할 수 있다.

이제 우 교수는 불교계에 대한 조롱과 멸시를 멈추기 바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 교수는 수많은 스님과 불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도 불교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불교계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게 되기 위해서라도 우 교수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 마주하길 바란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비판으로 상처받은 이들에 대해 정중히 참회해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불자이자 지성인의 태도다. 

법림선원 지도법사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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