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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호 조계종 총무원 행정관-상

부처님 일 하겠다는 발원이 현실로

 
출근하니 사무실 책상 앞에 못 보던 상자가 하나 있다. 열어보니 봉지 사탕이 가득하다. 정릉의 한 사찰 주지스님께서 “군포교에 사용해 달라”며 놓고 가셨다고 한다. 스님, 감사합니다. 더욱더 포교에 정진하겠습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행정관이자, 동시에 현직 포교사로 활동하는 내게 스님들의 이런 후원은 큰 격려이자 힘이 된다.

보문사학생회서 불자로 거듭
종단개혁 땐 사표내고 동참

나는 소위 말하는 ‘모태불자’다. 어린 시절부터 신심 깊은 부모님과 함께 자주 사찰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다. 하지만 이는 환경적 요인으로 형성된 종교적 친근함일 뿐, 스스로 불교 교리나 사찰예절을 익혀 진정한 불자로 거듭난 것은 학창시절 서울 보문사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첫 인연을 떠올리면 우습기도 하다. 학생회 법회에 처음 참석한 날, 한 예쁜 여학생에게 정신이 팔린 것이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얼이 빠져있는 나는 일주문 밖을 향해 합장 인사를 하고는, 밤새 창피함에 잠을 설쳤다. 돌이켜보니 사찰을 그리 자주 찾았음에도 기본적인 사찰 예절이나 교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길로 불교입문서인 ‘불자의 길’과 ‘불교학개론’을 샀다. 그리고 사찰예절과 기초교리를 노트에 적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도 불교에 기반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당시 불교공부를 하며 느꼈던 초발심의 환희 덕분일 것이다. 그 노트는 이후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선배 노릇도 톡톡히 했다.

1988년 보문사청년회 임원 소임을 맡았다. 대한불교청년회 가입을 위해 방문한 곳이 바로 서울 조계사였다. 당시엔 대불청 사무실이 조계사 내 옛 불교회관에 위치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조계사가 조계종 총무원이고 대불청도 총무원 소속 부서의 하나인줄 알 정도로 불교계 사정에 순진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서 활약하는 대불청 실무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불교 중앙기관에서 부처님 일을 하고 싶다”는 발원도 세웠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조계종 종무원이 된지도 20년을 채웠으니 새삼 불연의 소중함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 취미인 자전거는 포교의 일환이다. 종무원 소모임 활동 모습.

불교학생회로 시작된 불연은 학교 졸업 후 대불청으로 이어졌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불청 임원으로 활동하다가 1994년 봄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가 발족한 후부터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대불청 실무대표를 맡았다. 이후 개혁회의 산하 해종특위 간사 소임까지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조계종 종무기관에 입문하게 됐다. 그 해 여름, 무더운 폭염 속에서 해종 행위에 관련된 스님 명단을 서류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개혁회의가 마무리되면서 이번에는 종회의원 스님들을 선출하기 위한 불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업무를 맡게 됐다. 조계종이 투표를 통해 각 교구별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총무원에서 오랫동안 일한 선배들은 선거와 준비과정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선관위 소속 종무원들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정확하게 일을 추진해야 했다.

숱하게 모여 스터디를 하면서 투표 방법과 선거절차 등을 검토해 나갔다. 각 교구본사 사무장들에게 매일 지침을 하달했고 선거 당일을 대비한 예비훈련도 실시했다. 선거당일 오후 4시, 투표가 마감되자 각 교구별 당선자 명단이 팩스로 일괄 전송됐고 나는 종회의원 당선자 스님들의 이름에 연꽃스티커를 붙여드렸다. 조계사 직할교구를 비롯한 24개 교구본사 중앙종회의원 당선자를 발표했을 때의 희열과 감동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이어 월주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당선되면서 선관위도 업무를 마감하게 됐다.

“잘 회향했으니 이제 직장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교와의 인연은 생각보다 지중했다. 공식 업무를 종료하고 숨을 돌리기가 무섭게 한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리=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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