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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면 좋은 일만 생길까?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10.04 17:37
  • 수정 2016.10.04 17:38
  • 댓글 0

어떤 사람이 욕을 했다고 해 보자. 이 세상 그 수많은 인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욕한 것은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괴로운 상황이거나 어떤 특수상황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는 평범한 상황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사람들은 자기의 삶과 관점이 있으니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 사람이 한 욕을 받고는 화를 내고, 열 받아 하고, 크게 심각하게 여기고, 휘둘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사실 나에게 욕한 사람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욕설을 듣고 그것이 진짜라고 여기면서 실체화하고, 그 욕에 휘둘리기 시작한 것이 문제일 뿐이다.

수행은 마음공부일 뿐
외부경계 바꾸지 못해
다만 수행을 하게되면
경계에 흔들리지 않아

사실 누가 욕을 했지만, 그 사람이 아무에게나 욕하는 정신이상자라면 그 욕을 듣고도 그러려니 하며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욕하는 장면이 나와도 괴로워하지 않고, 타인들끼리 욕하는 것을 볼 때도 우리는 괴로워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욕설에 아상을 개입시키지 않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이라는 그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지 그것 자체가 절대적인 괴로운 경계인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나에게 욕을 한다면, 그 사람 입으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 주어보라. 내가 그 사람과,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마음에 안 든다고 일일이 싸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라는 것을 허용해 주자는 것이다.

이처럼 수행을 하면 갑자기 나를 욕하던 사람이 더 이상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내가 수행을 하든 안 하든, 심지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나에게 욕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욕을 할 것이다. 다만 수행을 하면 이제부터 더 이상 그 상대방의 욕이 나를 타격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는 계속 욕을 하겠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욕이 아니다. 그 말 뜻에 휘둘려 그 의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중립적인 소리 에너지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도록 허용해주게 되는 것이다. 수행이란 말 뜻과 의미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의미 너머의 본바탕에 계합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그 텅 빈 배경에 주목하는 것이다.

수행은 마음공부라고 하듯, 전적으로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공부이지, 내 외부경계를 바꾸는 공부는 아닌 것이다. 마음공부가 되어갈수록 외부의 경계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 좋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바깥 경계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외부경계의 실체성이 사라지고, 심각해하지 않게 되며, 그것은 마치 꿈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것들일 뿐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 일어나지만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외부가 곧 내부와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되기에, 나를 괴롭힐 그 무엇도 없음을 안다.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실제 부처님의 일대기를 보면 부처님께도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온갖 외도들이 부처님을 헐뜯었고, 심지어는 자객을 보내기도 했고, 거짓 임신설을 유포한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사촌이었던 데바닷다는 온갖 방법으로 부처님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처럼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괴로운 일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나지만 일어나는 그대로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 외부경계를 조작하려 하지 말고, 다만 안팎 없는 그 마음에 접속하라.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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