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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지진과 핵발전소

기자명 최원형

핵 괴로움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 ‘탈핵’

갑자기 책꽂이가 덜덜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월요일 저녁 그 시각에 나는 책꽂이를 뒤로하고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이중 서가의 앞쪽 책꽂인지라 이동이 자유로우니 바람에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아니 애써 생각을 그렇게 하려 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그 진동이 지진일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에 두 차례 지진을 경험했던 터였다. 그 두려움을 어떻게든 외면하려 했지만 벌어진 현상 앞에서 그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가는 곧 밝혀졌다. 흔들림이 멈춘 뒤 고갤 들어 창을 보니 문은 닫혀있었다. 사실 창문이 열렸다 해도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가 태풍도 아닌 바람에 흔들릴 리가 만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몇 번 책꽂이를 흔들어봤으나 그런 덜덜거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어지럼증이 일며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허둥대다 경주 발 지진 소식을 전해 들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인 진도 5.8의 지진을 나는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그렇게 경험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비슷한 시간대에 4.5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그 후로도 여진이 430회 이상 이어지고 있다. 5.8의 지진이 서울까지 전해졌던 당시 느낌은 공포감 그 자체였다. 그러니 경주시민들이 날마다 느낄 불안감이 오죽할까 싶다. 집안에 있는 게 두려워 공원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거나 집 마당에 세워놓은 차 안에 비상가방을 챙겨두고 식구들이 그 안에서 잠을 잔다는 이들도 있다. 땅이 흔들리고 심하면 갈라지는 것도 물론 두렵고 공포스러운 일이나 더욱 재앙인 것은 지진의 2차 피해다. 가스나 전기누전에 의한 화재, 건물 더미에 깔리는 사고 등이 그것이다. 경주시민들에게는 그런 2차 피해에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핵발전소다. 여섯 기나 되는 핵발전소와 중저준위방페장이 경주에 있다.

경주지진 후 변수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 시 남한 전체 오염
온 국민이 느끼는 위험불안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길 없어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랬다가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닐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활성단층지대라는 말로 바뀌었다. 울진, 경주, 부산에는 현재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해서 총 16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양산단층 18개, 울산단층 17개 등 활성단층대가 대단히 많다. 간단히 말하면 언제든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출렁거리는 땅 위에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그것도 16기나 갖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후쿠시마를 통해 핵발전소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으로 복구 불가능의 땅이 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사고로 400km나 떨어진 도쿄까지 고농도오염지역이 돼버렸다. 그 크기는 남한 땅덩이와 얼추 비슷하다. 이 말은 행여 남한 어디에서든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다면 남한 전체는 고농도 오염지역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니 지진소식에 온 나라 국민들의 귀는 당연히 핵발전소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기서 들려오는 답변은 늘 한결같다. ‘정상가동중’ 정상이란 말이 요즘처럼 비정상으로 해석되는 때도 없을 듯싶다. 결국 월성핵발전소 네 개가 가동 중단되고 현재 점검 중이며 이번 지진으로 수명 30년이 지난 월성1호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한다. 핵발전소는 무수히 많은 부품과 용접과 전선들로 채워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거대 기계다. 지진으로 인해 어떤 결함이 발생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러한데도 왜 핵발전소는 계속 돌아가는 걸까? 작년 한전이 전기를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10조였다. 혹시 이 수익과 핵발전소의 중단 없는 가동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핵발전소의 발전단가는 50원이다. 석탄화력발전단가는 60원이고, 반면 가스화력발전은 120원, 풍력이나 태양광의 발전 단가는 그보다 더 비싸다. 이렇다보니 원가가 가장 싼 핵발전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핵발전단가에는 핵사고시 수습비용이나 핵폐기물처리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온 국민이 느끼는 위험불안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위험 불안 심리로 따지면 최고는 단연 핵발전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연 그걸 싸다고 할 수 있을까? 돈보다 생명,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한 말 아니던가?

일본에서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의 목소리들이 꾸준히 있었으나 묵살되었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맞이했다. 우리의 미래가 후쿠시마의 현재여서는 안 된다. 부처님은 사성제로 괴로움의 소멸을 알려주셨다. 고의 원인도 알았고, 해결 방법도 이미 있다. 절전과 에너지 효율화 그리고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그 방법이다. 탈핵만이 핵이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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