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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정목 스님 설법 노하우 ②

지혜와 배려 깃든 언어로 상대에 감동 줘

벤자민 프랭클린은 “근면한 자에겐 모든 것이 쉽고, 나태한 자에겐 모든 것이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서구 합리주의 대화방식은 이분법에 따른 행위 결과론적이다. 반면 정목 스님의 대화방식은 “하루가 때로는 어머니 같고, 때로는 계모와 같다”“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은 모순투성이”라고 대중의 관점에서 대중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비교대상은 자연이고 동양사상을 근거를 둔다. 그런 정서를 가진 대중이기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긍정적이고 낙천적 관점으로
주변 소재 사용해 쉽게 설법

“그러나 모순을 통해 인간은 성장하기도 합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잘못되었다는 그 기준 또한 때로는 애매할 때가 많은 게 인생입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 도전 또한 실패로 돌아갈 때는 그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52쪽). 시선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결론은 명쾌하다. “감추면 아프고, 인정하면 낫는다. 건강을 원한다면 자신에게 솔직하라”고 말한다. 대중을 향해 마음을 내려놓고 그 주변의 소재로 스토리를 풀어가니 듣는 이가 편하고 공감폭도 넓다. 사회적 이슈를 테마로 삼아 흡인력은 강하고 관점은 유연하며 어휘가 부드럽다.

“인생의 문제에 해결할 답이 이미 다 결정되어 있다면 우리가 지금의 삶을 경험할 이유는 없겠죠. 온갖 문제에 대해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을 때까지 인생은 언제나 가능성으로 열려 있어요.”(19쪽). 반면,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입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 빛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빛이 어둠 속에서 나오는 것을 알아요. 언젠가 과학 잡지에서 봤는데 바다 수심 6000~8000미터의 칠흑 같은 암흑천지에서 살아가는 물고기가 자체 발광으로 바다 밑을 훑고 다닌다더군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우리 내면엔 한 줄기 빛이 들어갈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모순투성이 인생은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인정하면 편하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이왕 인생학교에 입학했으니 배우고, 깨닫자. 돌이킬 수 없다면 인정하잔다. 그러면서 ‘빛과 용기’에 대한 스토리로 전환했다.

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친구는 ‘제2의 나’이기 때문이다. 친구이야기도 실감나지만 “정말 감동 먹었어요. 이런 감동, 밥 먹듯이 먹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대중적 언어구사가 스님의 순진무구함과 겸허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빛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일상의 거리로 끄집어내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로등 불빛에 길게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를 벗 삼으세요. 그림자는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주는 도반입니다. 그림자와 동행하는 밤길, 여러분 발아래 촛불 밝혀둡니다. 흔들린다 하더라도 작은 촛불은 세상을 깨우는 빛이며 힘입니다. 그림자가 벗이든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의 에너지를 믿고 따르세요. 우리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존재”(17쪽)라고 역설했다.

번뇌에서 시작한 인생이야기는 용기와 빛의 징검돌을 밟아나가더니만 희망의 징검다리를 건너 마침내 치유의 숲길로 들어섰다. 가녀린 듯 부드러운 스토리의 행간마다 모성애의 숨결이 흐른다. 그렇게 세상사를 보듬어 전하는 메시지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명상에서 지혜가 생기고 생과 사의 두 길을 알고 지혜가 늘도록 자기 자신을 일깨우라”라는 ‘법구경’ 속 부처님 말씀처럼,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지친 사람에게 길은 멀다”는 ‘우암품’의 말씀처럼 전법을 서민밀착형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기술이 뛰어나다. 지극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서민 밑바닥정서를 쓸어내고 그런 기운을 수양과 고양의 지렛대로 활용한다. 배려와 지혜를 동반한 열린 전법정신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대중은 행복 숲으로 동행하면서 설법의 진정성에 감동하고, 그 가능성에 대한 정열, 즉 희망을 벗 삼아 오늘도 사랑하고 배우며 깨달아 가는 것이리라.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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