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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정토학회장 정인 스님

“이론·실천 접목해 한국불교 새 방향 제시”

▲ 정인 스님은 “한국불교문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은 염불신앙을 통해 왕생정토를 이루려는 정토신앙을 선양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력을 내세우는 한국불교에서 정토는 하근기 수행법으로 치부되며 긴 세월 동안 홀대받아왔다. 민간에서 아미타불신앙의 정토불교가 이어져왔지만 출가자 중심의 한국불교 주류 흐름은 교종·선종 사상의 변화에 따라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불보살의 가피를 외면하는 풍토는 대중들이 깨달음을 어렵게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현대에 이르러 불자 수가 감소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한국정토학회가 ‘불교교학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정토 실현의 현실적 실천방도 모색’을 기치로 돛을 올렸던 것은 한국불교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한국정토학회는 여러 활동을 통해 정토에 대한 인식들을 개선하며 사회 제반 문제들을 불교적 입지에서 해결하는 데에도 보탬이 돼왔다.

1998년 본격적인 학회활동 시작
매년 학술대회·학회지 발간하며
정토사상 새롭게 조명하는 역할
의례·문화 등 다방면의 연구도

부회장 거쳐 회장되는 시스템과
주제에 따른 학술대회 장소 선택
호응 얻어 회원 400명 규모 성장
‘정토학연구’지난해 등재지 선정

한국정토학회는 현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 등의 주도로 1988년 5월 창립법회를 봉행했으며 1998년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해 본격적인 학회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8년 동안 매년 1회의 학술대회와 2회의 학회지 발행을 중단 없이 이어오며 정토학 연구와 아미타신앙 홍포를 통한 사회복지·불국토 건설에 매진해왔다. 특히 학술지 ‘정토학연구’에서는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던 정토사상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천도재, 생전예수재의 의미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등 신앙과 수행 및 실천의 문제를 다방면에 걸쳐 논해왔다. 이는 불교문화에 내재된 타력적 사상과 신앙을 선양할 뿐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표출되는 의례,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소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정토학회의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학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현재 이사 45명, 회원 400여명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회장 정인 스님은 “정토교학을 포함한 불교학 연구자, 정토신앙·염불수행을 실천하는 수행자를 이사진으로 영입해 학문적 소통의 장을 마련해왔다”며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 2월, 10대 회장 임기를 시작한 스님은 한국정토학회가 한국불교학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회장단 운영을 꼽았다. 한국정토학회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회장·수석부회장직을 거쳐야 한다. ‘회장 임기 만료 시 부회장이 자동적으로 회장이 된다’는 회칙에 따른 것으로, 각각 2년씩 4년 동안 운영을 익히며 학회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회장 연임을 금하는 규정을 통해 역량 있는 신진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국정토학회의 특징이다.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묶는 차원에서 매 학술대회를 해당 주제에 맞는 장소에서 개최하는 점도 독특하다. 실제 ‘나한신앙’을 주제로 9월26일 개최한 제19차 학술대회는 대표적인 나한도량인 청도 운문사에서 진행됐다. 때문에 발제자, 학회 회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나한신앙의 성지에서 발제와 토론의 내용을 깊숙이 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삼보사상’을 주제로 한 내년 학술대회는 중앙승가대에서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한국정토학회가 추구하는 ‘불교교학 이론적 토대 위에서 정토실현 현실적 실천방도 모색’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학술지 ‘정토학연구’는 특집논문과 기고논문이 게재되는데, 특집논문의 경우 ‘정토교학 및 정토신앙과 한국불교’를 주제로 관련 분야 발표자를 선정, 논문을 집필케 한다. 그리고 학술대회에서 논평과 토론을 거친 뒤 다시 기고하게 해 편집위원 심사를 거쳐 특집으로 게재한다. 기고논문은 정토교학은 물론 신앙과 실천, 의례, 문화 등 불교의 전반적인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편집위원회는 정토교학, 불교교학, 불교사상사, 불교문화, 불교신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로 구성해 학술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스님은 “엄정한 심사를 위해 논문의 학문영역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선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정토학연구’는 지난해 11월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 최종 선정될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정토학회는 학문적 기반에서 불교의 실천성 회복을 위한 행보를 쉼 없이 이어왔다. 이는 ‘교육과 포교’ 외길을 걸어온 회장 정인 스님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1968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범어사 강원을 졸업한 뒤 동국대 승가학과에 입학해 학문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이때 스님은 허리를 크게 다쳤는데, 수술하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러던 중 쌍계사에 들어가 기도를 하게 됐고, 의학으로 치료되지 않았던 허리가 완쾌되면서 부처님 가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학문에 신앙을, 신앙에 학문을 더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본유학을 단행, 아이치가쿠인대학(愛知院大)에서 원시불교를 공부했다. 1989년 귀국해 1990년부터 중앙승가대 교수로서 후학들을 양성해오고 있다.

스님은 1991년 창원 불지사를 창건했고, 은아·라자스·다나 유치원을 만들었으며 불지신행대학·수다라대학을 세웠다. 예의의 중요성을 교육받으며 ‘반야심경’과 ‘부모은중경’을 외웠던 불지사 유치원생들은 현재 어엿한 청년이 돼 주변에 불교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정토학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실천과 맥을 같이 하는 스님의 교육·포교 활동들은 지역을 넘어 한국불교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스님은 ‘한국적 불교의 탄생’을 불교학계의 과제로 제시한다. 선, 위빠사나 등을 아우르며 한국불교만의 색채를 낼 수 있는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여러 수행방법론의 공통점을 찾아 한국불교만의 수행법을 만들기 위한 무차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홀로 스님’ ‘나 홀로 학문’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부처님 가피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게 스님의 발원이다. 스님은 “한국 전통문화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외연을 가지고 있고 파급력이 큰 불교문화의 핵심은 신앙과 실천 및 체험”이라며 “한국불교문화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염불신앙을 통해 왕생정토를 이루려는 정토신앙을 선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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