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선수행 김춘의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잊혔던 과거 쌓이면서
지금의 내 모습 만들어
남편과 본래면목 찾고파

▲ 55·진성월
스님의 당부처럼 인생의 수레바퀴에는 빈틈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날 내가 저지른 것을 받는 것이었다. 욕심을 놓고 억울함이 떠오를 때마다 비우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미 갖추고 있는 존재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를 믿는 마음을 더 키워나가면서 어느새 견디기 힘들었던 그 어려웠던 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렀으니 돌이켜보면 내겐 정말 큰 공부였다. 그리고 그 시련이 있었기에 참선 공부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덧 안거를 수차례 보냈다. 매번 안거를 맞이하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간다 할까, 익숙해져 간다 할까. 감히 무르익어 간다는 표현을 해본다. 마음공부와 좌선을 겸하고 있는 참선반은 먼저 ‘내가 없는 공부’를 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다시 말해 ‘참나’를 찾아가는 공부다. 나의 경우처럼 많은 도반들도 처음부터 ‘나 없는 공부’가 그리 쉽지는 않다고 했다.

매사에 급하고 직장이나 가족 간에도 타인의 실수가 눈에 들어올 때면 곧잘 화부터 내는 성격이었던 나는 ‘화내고 있는 나를 보고 화가 올라오는 그 놈을 보라’는 당부를 많이 새겼다. 물론 정말 잘 되지 않고 놓치고 또 놓쳤다. “상대를 탓하지 말라. 모든 게 다 내 탓이다”라고 배우면서 끊임없이 실습하고 놓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가 올라오면 그 순간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이것 또한 살아온 나의 업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올라오려는 화를 내려놓고 가려고 한다. 

앞으로도 이 공부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고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나 집에서 1시간 동안 꼭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 시간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참선반 도반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는 웬만해서는 다른 일을 만들지 않는다. 수행이 가장 우선이라는 기준을 갖게 된 것도 삶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 특히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를 돌이켜보는 공부를 이어가려 한다. 매사에 좀 더 여유롭게 대처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다.

지금은 내가 더 적극적으로 절에 다니는 입장이지만 인연이 더 깊어진다면 남편과 함께 이 공부를 하고 싶은 발원도 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삶을 행복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 여전히 부족한 내 모습에 남편은 선뜻 불교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가족이 함께할 때 더 큰 기쁨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느덧 참선을 시작한 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우리가 인간의 몸을 받았을 때는 공부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다행히 참선공부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이치를 배우고 체득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것이 본래면목, 즉 공의 자리라는 것을 조금은 알기에 지금은 번뇌도 망상도 많이 엷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항상 나를 지켜보는, 고요한 상태를 마주할 때면 행복감도 밀려온다. 끊임없이 나를 이끌고 다니는 이 공한 자리를 믿으면서 열심히 정진하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이끌어주시고 수업해 오신 진희 보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안거 때마다 점검해 주신 목종 스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떤 표현이 적당할지 알 수 없지만, 부처님 가르침의 큰 힘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부처님께 감사 또 감사하면서 정진 또 정진하겠다.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