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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체로금풍(雲門體露金風)

최순실 게이트와 역린

역린(逆鱗)이란 단어가 화제다. 역린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가 자신의 이름을 따 저술한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자는 “용의 목에는 역린이 있으니 이를 만지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군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역린은 결국 군주의 분노를 부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나 치부를 의미한다.

올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이 쏟아지더니, 이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정국을 휘어잡는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우 수석의 비리의혹이 다분히 개인적이었다면 최순실 관련 추문들은 부패한 국가권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미르·K스포츠를 급조해 기업들로부터 800억 원을 빼앗더니, 이제는 딸의 대학 부정입학과 각종 특혜가 튀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순실 딸의 전국승마대학 성적과 관련해 이를 돕지 않은 공직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대통령 한마디에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권의 비리를 보도했던 언론사들도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부패언론이라는 낙인과 함께 주필이 날아가고 이를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는 모 기업의 세무조사 압박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측근들을 조사하다 오히려 해임돼 검찰에 고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사태를 두고 언론들은 연일 대통령의 역린을 입에 올리고 있다.

‘벽암록’ 27칙에 운문체로금풍(雲門體露金風) 화두가 있다. “가을바람에 나무의 본체가 완전히 드러난다”는 의미인데 “나무가 마르고 잎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운문 스님의 가르침이다. 현 정권은 말기로 접어들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들어서는 것은 우주의 이치다. 가렸던 거짓들은 세월에 따라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면 아마도 주권자인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를 뼈저리게 치러야 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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