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제종파·서양철학까지 연구
곳곳에 불학원 세워 인재 양성
‘인간불교’로 중국 근대화 기여
‘불교를 근본으로 세상을 변혁하여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제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한 평생 그 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중국 근대 고승 태허대사(1889∼1947)의 말이다. 특히 태허대사는 세상의 변화에 앞서 불교의 혁명을 주장하면서 불교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자신에게 선과 교의 대의를 가르쳤던 당시 중국불교 개혁의 선구자 기선 스님 추도식에서 ‘불교교리의 혁명’ ‘불교제도의 혁명’ ‘불교재산의 혁명’이라는 3대혁명의 구호를 주창하고, 글을 지어 불교개혁운동과 낡은 승단제도의 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그가 주창한 불교혁명은 기득권 세력인 수구파들의 반발에 부딪혀 ‘불교월간’의 총편집장 직위에서 사퇴하게 되는 등 역풍을 맞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욱 굳건하게 할 담금질을 시작했다. 2년간 산문 밖으로 나서지 않은 채 폐문 정진하면서 제종파의 경론을 깊이 연구했고, 중국과 서양철학을 면밀히 비교하며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세간으로 나온 후로는 대만과 일본, 유럽, 미국 등에서 강연을 하는가 하면, 중국 내에서는 가는 곳마다 불학원을 세워 중국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학인 교육에 정성을 다했다.
그는 학승들에게 선과 교를 함께 닦을 것을 강조하는 한편, “승려 교육은 율의에 밑바탕을 두어야 한다”면서 ‘불학의 종지와 목적’ ‘학승불학 요강’ 등을 직접 강의했다. ‘현대 승려교육의 위기와 불교의 장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사대부 교육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던 당시의 승려교육 방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또 학승들에게 불교를 진흥시키고 불법을 부흥시키는 것을 주된 의무로 삼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태허대사의 이러한 노력은 ‘불교를 근본으로 하여 사회를 개량하고 인류를 진보하게 하자’는 인간불교, 즉 인간정토의 구현을 위한 실천이었다. 그가 중국의 역사를 바꾼 근대 4대 고승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불교’라는 이름으로 불교 근대화를 이끈 태허대사는 생전에 수많은 강연과 300여편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또한 입적 후에 제자들이 엮은 ‘태허대사전서’만도 64권에 달할 정도로 그는 인간불교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시대의 새벽을 연 개혁승으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 ‘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는 그 많은 저술과 후학들이 엮은 전서 가운데 태허대사의 수행과 불교연구를 엿볼 수 있고, 불교개혁을 위한 의지와 인간불교를 통해 세우려 했던 인간정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간추렸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는 태허대사가 직접 밝힌 2년 폐문정진 당시의 선정체험을 비롯해 직접 설했던 불교의 본질과 특징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종교와 철학, 과학의 차이점과 각각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3부에서는 중국 선학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설했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이어 4부 ‘염불왕생을 말하다’, 5부 ‘인생불교’, 6부 ‘인간 정토의 건설’을 통해 태허대사의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불교를 통한 사회개혁은 오늘날 한국불교의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교혁명을 바탕으로 인간불교를 주창했던 태허대사의 가르침에서 그 방향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불광출판사는 홍일대사의 ‘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다’, 인광대사의 ‘내 이름을 부르는 이 누구나 건너라’, 허운대사의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등 ‘중국 역사를 바꾼 근대 4대 고승’ 시리즈를 완간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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