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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행자, 탐욕에 물든 세상을 직시하다

  • 만다라
  • 입력 2016.10.18 16:40
  • 수정 2016.10.18 16:41
  • 댓글 0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불교 영화 ‘방랑’ 리뷰

▲ 태국 전통의 숲속 수행인 13가지 ‘두타행’을 주제로 만든 영화 ‘방랑’의 한 장면.

태국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불교 국가다. 다수의 사람들이 청소년기에 단기출가를 경험하고 스님이 되든지 되지 않든지 불교 신앙을 가슴 속에 품고 일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불교가 견고한 위상을 지닌 사회라 하더라도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은 조금씩 어떤 형태로든 변하기

태국 전통 숲속 수행 주제
감독 경험 되살린 스토리
시종일관 내면 향한 시선
현대의 삶 점검하는 영화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도 수행자들은 전통의 방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전통의 수행 방법들은 내면을 반조하고 견고한 수행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역대 수많은 스승들이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방랑’도 태국 전통의 숲속 수행인 13가지 ‘두타행’에 초점을 맞췄다. 수행자가 의식주에 대한 모든 욕심을 털어내고 오직 내면을 향한 시선에만 불을 밝히는 이 수행을 2시간에 이르는 잔잔한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두타행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요한 곳에 머무르기, 하루 한 끼 탁발 공양, 헌옷 기워 입기, 무덤 옆에서 무상 관하기, 나무 밑에서 쉬기, 잘 때는 한데로 옮기기, 눕지 않기 등이다. 표현이야 쉽지만 실천은 결코 간단치 않다. 영화의 주인공도 수월하게 두타행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짐작하는 많은 고충들이 산재한다. 탁발한 공양물이 너무 많아 결국 음식물을 버리게 되는 장면은 결코 태국 사원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불자들도 탁발의 정신을 잊어버린 채 넘치는 음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해주는 장면이다. 수행자의 위의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진 않는다. 노스님의 공양은 말없이 고요하고 평온하지만 사찰 작법에 준해 공양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아무리 원칙에 맞아도 무엇인가 어색하다.

▲ 분송 낙푸 감독.
영화를 만든 분송 낙푸 감독은 실제 10년 동안 태국에서 스님으로 살았다. 10월8일 영화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분송 낙푸 감독은 “나 역시 출가 생활을 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두타행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세속으로 돌아온 삶에서도 많은 영향을 준다”며 “전통적인 방식의 수행이 지닌 가치를 현대인들에게 전달하기위해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불교의 전통적 삶과 수행의 방식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으로 바뀌어버린 오늘의 사회에서 꼭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도 사원의 생활 방식이 현대화되고 있다. 비단 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마 모든 종교가 겪고 있는 고민일 것”이라며 “종교의 전통 속에서 정신적 영역의 가치를 발견할 때 우리의 삶은 분명 달라진다. 수행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점검의 기준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분송 낙푸 감독은 차기 영화 역시 불교를 소재로 할 예정이다. ‘방랑’의 실제 주인공이며 영화에도 출연한 스님이 암으로 입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록 수행자가 병을 갖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병을 극복하며 수행을 이어가는지를 다룰 예정이란다.   

좌충우돌의 상황들을 뒤로한 채 더 깊은 숲속으로 향하는 수행자의 주위에는 어느새 바람 소리만 남는다. 주인공은 번뇌를 떨어낸 것일까. 다시 세속과 마주할 때는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을 향한 질문은 관객에게 돌아온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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