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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의 불교 탄압에 맞선 선승들의 활약

  • 불서
  • 입력 2016.10.18 16:52
  • 수정 2016.10.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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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전쟁’1·2 / 신지견 지음 / 새움

▲ ‘천년의 전쟁’ 1·2
불교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흔히 두 종류다. 불교인물을 다루거나 불교를 소재로 삼는 경우다. 인물을 다룰 경우 지적 즐거움과 종교적 감동은 있지만 소설을 읽는 재미는 떨어지기 쉽다. 반면 불교를 소재로만 다룬 책들은 불교사상과 역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피상적인 서술에 그치는 경우들도 없지 않다.

이 책은 탄탄한 스토리와 지적 즐거움을 고루 갖춘 불교소설이다. 서산대사 연구서와 ‘선가귀감’ 해설서를 비롯해 대하소설 ‘서산’(전10권)을 펴냈던 저자의 깊은 ‘내공’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한번 책을 잡으면 ‘삼국지’를 읽듯 술술 읽히면서도 선승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선어록의 심오함이 뚝뚝 묻어난다. 또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낯설지만 사뭇 정겨운 속담·격언들을 읽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소설의 배경은 천년을 이어온 불교가 벼랑 끝에 내몰렸던 16세기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듯 불교에 대한 거대 유림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걸출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묘향, 구월, 금강, 장수, 계룡, 가야, 두륜, 영취산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젊은 선승들. 그들은 주자학을 이념으로 불교의 씨를 말리려는 권력층에 맞서 비밀히 결사된 사문들의 결사체 ‘사사(沙社)’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궁궐에 잠입해 왕후의 신위판을 훔쳐낼 정도의 협기를 가진 법준, 전국을 돌며 사사들을 집결해내는 지혜와 용맹의 자환, 멧돼지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정도의 괴력을 가진 하철굴암 마하까지 무예와 수행을 두루 갖춘 선승들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도교 수련으로 신선의 경지에 오른 운선선인, 그의 어린 제자로 축지와 무예에 능한 풍회, 미모와 무예를 겸비한 신혜, 자옥, 여윤 등 비구니들까지, 누란의 위기에 몰린 정신사의 두 맥을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영웅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그렇지만 소설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젊은 영웅들의 얘깃거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임진왜란 때 도총섭으로 팔도의 승병들을 지휘했던 500년 조선불교사의 거장 서산의 행적이 소설의 큰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심선사로부터 지엄, 영관을 거쳐 서산으로 이어지는 조선 중기 선불교의 흐름을 전문서적 못지않게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산중의 외떨어진 암자에서 이뤄지는 선불교의 깨달음이 어떻게 민중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적 탐구이기도 하다. 또 눈 푸른 선승들이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맞닥뜨린 난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존의 역사관을 깨는 반전과 묘한 카타르시스도 선사한다. 각권 1만38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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